매일신문

부동산 거래세 인하 후 "아파트 잔금 돌려줘"

정부·여당의 부동산 거래세 인하 방침 발표 이후 계속된 혼란이 숙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일단 다음달 초, 개정법을 공포해 거래세 인하 혜택을 주겠다고 밝히면서 어떻게든 세금 혜택을 보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법 시행 이전인 올 상반기 아파트에 입주한 사람들의 불만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것.

지난달 28일부터 입주가 시작된 달서구 한 아파트. 이달 초 정부의 거래세 인하 조치가 발표되자 최종 잔금을 치른 입주민들이 다시 잔금을 돌려달라는 '희한한'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분양가 3억 원을 기준으로 1천320만 원의 거래세가 법 개정 이후에는 660만 원으로 딱 절반 줄지만 일단 잔금을 치르면 30일 이내에 취득세를 내야 해 거래세 혜택을 전혀 볼 수 없기 때문

아파트 건설사 관계자는 "340가구에 대해 최종 잔금 10%를 돌려주고 있다."며 "하지만 구청에서는 이미 낸 잔금을 다시 돌려받아도 거래세 혜택을 줄 수 있는지, 최종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수성구 사월동 아파트에 입주하는 안상만(43·가명) 씨는 지난달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아예 최종 잔금을 치르지 않고 있다. 한 달 연체이자(70만 원 선)를 기꺼이 물겠다는 안 씨는 "일단 잔금을 치르면 30일 이내에 취득세를 낼 수밖에 없다."며 "만약 납부기한을 어기면 분양가의 20%를 가산세로 내야하고 30일 이후 하루마다 1만 분의 3씩 연체료가 쌓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수성구 신매동, 매호등 등 올 상반기에 입주한 아파트 주민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수성구청을 찾아가 거래세 인하 소급적용과 관련한 감사원심사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지방세법 개정안 이전에도 개인 대 개인 간 거래에 대해서는 거래세를 인하해 줬었지만 개인 대 법인(건설사) 간 거래로 간주돼 세금 혜택을 받지 못한 아파트 입주민들은 감사원 심사청구를 통해 '세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 지난 3일 정부의 거래세 인하 발표 이전에는 466건이었던 수성구 감사원심사청구건수가 이달 현재 1천162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대구시 전체로는 정부발표 이전 990건(89억 원) 수준이었던 대구 감사원심사청구 건수 및 청구금액이 현재 2천288건(210억 원)으로 폭증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24일 "행정자치부가 당·정 협의에 따라 상정한 지방세법 개정안은 임시국회가 폐회하는 29일까지 모든 검토가 끝난다."며 "임시국회 폐회 이후 열흘간 세부 조정을 거쳐 다음달 초 대통령이 법을 공포하면 공포 즉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지방세법 개정안은 취득세(2%), 등록세(2%), 지방교육세(0.4%) 등 현행 4.4%의 거래세를 절반인 2.2%로 인하하는 것. 대구에서는 하반기 입주 예정의 8천650가구(대구시 추정)가 세금 혜택을 본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는 기존 입주민들에 대한 거래세 인하 소급적용 불가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행자부는 "이번에만 소급 적용하면 예전 인하세율 적용 대상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기고 소급 적용시기에 대한 기준을 정하기도 쉽지 않아 큰 혼란이 벌어진다."며 "소급인하 주장을 받아들이면 자치단체 재정부담 증가 문제까지 발생한다."는 입장.

하지만 대구시 관계자는 "감사원심사청구에서 소급 결정이 내려지면 행자부 입장과는 상관없이 모든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며 "지금까지 관례상 감사원심사청구 결과는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고, 만약 소급 결정이 확정되면 국세청이 고시한 이자까지 환급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각 구별 감사원심사청구 현황

구 / 아파트/ 건수

중구/대봉동 화성파크드림 등/132건

동구/방촌동 청구제네스/10건

서구/없음/0건

남구/이천동 대성유니드/20건

북구/침산동 명성푸르지오 등/394건

수성구/매호동 한일유앤아이, 효성백년가약, 신매동 화성파크드림 등/1162건

달서구/월성동 삼성래미안, 진천이안, 진천트윈팰리스 등/570건

달성군/없음/0건

계-2288건

※8월 3일 정부 거래세 인하 발표 이전 990건→3일 발표이후 24일 현재 2천28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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