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냥 죽을 순 없다"…'바다이야기' 업주 '반격'

'바다이야기' 업주들 소송 등 집단 대응 움직임

"청와대로 올라가 대통령 앞에서 할복자살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당국의 집중 단속으로 임시휴업을 했다는 대구 서구 내당동의 바다이야기 업주 A씨는 "며칠째 잠을 못 자 눈이 충혈됐다."며 핏발 선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

A씨는 한 달 전 성인오락실 사업을 위해 집을 담보 잡고 보증인까지 세워 은행으로부터 5억 원을 대출받은 뒤 서울의 한 게임기 제조업자로부터 대당 350만 원을 주고 중고기계 10대를 사들였다. 한 달 동안 내부 인테리어와 게임기 설치작업을 했다. 개장일을 오는 26일로 잡았다.

하지만 A씨는 이번 바다이야기 '도박 게이트'로 졸지에 영업 한번 해 보지 못한 채 거리로 나앉은 신세가 돼 버렸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현재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업소 중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는 생각을 가진 성인오락실 업주 10여 명과 함께 행정소송은 물론,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대구 북구 복현동의 한 바다이야기 업주 역시 경찰의 강력한 단속 끝에 결국 23일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돼 게임기의 하드디스크 전량을 압수당했다. 메모리연타기능으로 2번 단속을 당한 결과였다.

22일 스스로 업소 문을 닫은 대구 수성구 황금동의 바다이야기 업주 B씨. B씨는 "나는 법도 모르고, 정치인도 모른다. 하지만 허가까지 내주고 장사를 하라고 해놓고 이제와서 내 재산 다 뺏어가면 난 뭘 먹고 살아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B씨는 "설령 제도상의 문제가 있었다면 생업으로 이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대책이라도 세울 수 있도록 일정 기간의 여유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전국 게임장 업주 모임인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는 23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오락실 업주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행정소송과 헌법소원 등 법적대응에 대해 논의했다.

한컴산 부회장 김상출(50) 씨는 "정부정책의 실패로 업주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는데도 한컴산이 사행성 게임을 조장해온 것처럼 비쳐진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한컴산에 대한 국민들의 오해가 풀리고 정부 당국의 법률안 개정안에 대한 확정이 이뤄지면 본격적인 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업주들이 개인재산 몰수에 반발,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한컴산에서 업주들에 대한 지원을 해 줄 것"이라고 했다.

바다이야기 등 대구지역 오락실업주 100여 명은 24일 오후 대구 달서구 죽전동 알리앙스 예식장에서 모임을 가진 데 이어 25일에도 집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정부 단속에 대해 향후 집단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한편 경찰의 초강경 단속이 이뤄진 24일부터 95곳에 이르는 대구시내 대다수 바다이야기 가맹점이 임시휴업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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