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오락실 문제로 전국이 떠들썩한 가운데서도 조용한 선행이 잇따라 답답한 시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5천만 원을 어려운 학생을 돕는 데 써달라며 28일 대구 서구장학회에 기꺼이 내놓기로 한 이계순(73·대구시 서구 비산동·사진) 할머니와 학비를 마련치 못한 대학생에게 전해달라며 대구 중구청에 200만 원을 건넨 익명의 독지가가 그 주인공.
태어날 때부터 한쪽 종아리가 허벅지에 붙어 책을 잡고 싶어도 학교마저 제대로 다닐 수 없었던 이 할머니. 그의 인생은 한번도 편안했던 적이 없었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세 명이나 뒀지만 모두 어린 나이에 숨졌고 남편 역시 30여 년 전 병으로 세상을 떴다.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학업을 계속 하게 돕는 것으로 달래야겠다고 결심한 할머니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행상 등 온갖 힘든 일을 하며 모은 돈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지난 1983년 이후 생활이 어려운 지역 중·고교생들에게 매년 1, 2차례 쌀 10포대와 장학금 100만 원을 전해온 것. 지난 1995년에는 대구교구 가톨릭사회복지회에 복지관을 지으라며 땅 80여 평과 장학금 1억 원을 전하기도 했다.
할머니는"도움을 받은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 다른 아이들에게 다시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면 만족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에 앞서 지난 24일엔 가정 형편상 대학 등록금을 마련치 못해 애를 태우던 한 대학생을 위해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독지가가 중구청에 200만 원을 맡겨왔다.
구청 관계자는"미래사회 주역인 청소년들이 미래를 준비하려면 학업을 중단해선 안 된다며 이 돈을 맡겨와 그 학생이 무사히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다."며"그 분은 사회구성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자신의 이름을 끝내 밝히길 거부했다."고 전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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