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에 주먹만한 우박이 쏟아지고 뉴델리에는 폭설이 불어닥친다. LA에는 엄청난 토네이도가 불어닥쳐 명물인 '할리우드' 입간판을 산산조각 내버린다. 뉴욕의 빌딩 숲에는 해일과 홍수가 덮치고 '괴물'의 습격처럼 빙하가 엄습한다.
세계의 대도시들이 기상이변으로 초토화되는 섬뜩한 광경을 보여준 재난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이다. 영화는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수온이 급강하해 기상이변과 제2의 빙하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주장에 근거, 극단적인 가상상황을 그린다. 과장되긴 했지만 결코 황당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전세계 곳곳에서는 미래의 재앙을 알리는 이상 징후들이 오래 전부터 나타나고 있다.
국제 환경단체 '원월드넷'에서 일하다 환경운동가, 방송해설가 등으로 활동 중인 마크 라이너스는 지구온난화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지난 3년간 다섯 대륙을 돌아다녔다. 몽골의 양치기를 인터뷰하고 투발루의 어민, 미국의 허리케인 헌터, 그리고 수많은 과학자를 만났다. 그들은 한결같이 긴급하고 절박한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라이너스는 지구온난화 문제가 너무 추상적이거나 아직 자기 삶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람들의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투발루는 지금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정부는 주민들을 노아의 방주에 태워 뉴질랜드로 대피시킬 계획을 짜놓았다. 페루의 웅장하던 열대 산악빙하는 예상치 못했던 속도로 녹아버리고 있고 미국의 허리케인은 지구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활동주기가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저자는 전한다.
알래스카 역시 지구온난화의 최전선에서 위협받고 있다. 일 년 내내 얼어붙어 있어야 하는 땅이 녹아버리면서 집과 도로 곳곳이 무너져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래스카 주민들은 전통적 삶의 방식이나 북극곰 등이 사라져가는 것을 슬퍼하면서도 석유개발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발로 인해 실업률이 떨어졌고 수명이 훨씬 길어졌기 때문이다.
라이너스는 여러 징후를 들어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금의 사태를 방관한다면 곧 지구온난화가 가져올 뻔한 결과-상상을 초월하는 대재앙-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아직 열려 있는 희망은 교토 의정서가 이행될 수 있도록 감시하고 제3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감축과 수렴' 방식을 지지하며 대중교통 이용, 비행자제, 난방비 절약 등의 노력이다.
지구온난화로 현실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제대로 인식할 수 있어야 대안도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은 새겨들을 만하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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