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이 곧 신화적 세계'. 무슨 얘기냐 싶을지도 모르겠다. '현실'과 '신화'라는 두 단어는 왠지 어울릴 수 없는, 양 극단에 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러나 신화라는 것이 옛 인류가 생활의 지혜를 상징의 체계로 번역해놓은 것으로 이해한다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지은이는 이 점에서 착안해 글을 풀어내고 있다. 영화, 그림, 절, 길, 일상에서 만나는 신화 이야기를 엮어냈다.
신화가 우리의 삶과 완전히 동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주변에 신화의 세계 혹은 체계가 존재하며 영향을 주고 있음을 전해주고 있다. 이를 통해 지은이는 신화가 무엇이고, 또 이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신화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한다. 그저 재미로 흘려보냈던 것들이 신화의 관점에서 해석되는 것에 사뭇 호기심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세계적으로 많은 관객을 그러모았던 영화 '글래디에이터'나 '매트릭스'의 주인공은 남다른 탄생,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하게끔 부름받음, 모험과 조력자의 등장, 새로운 모험 혹은 사멸이라는 신화 속 영웅의 일생을 따른다. 아버지를 죽이고 황제에 오른 콤모두스의 계략으로 가족을 잃고 죽음의 고비를 넘긴 막시무스는 검투사로 명성을 쌓아 로마로 불려간다. 힘센 상대를 차례로 제압하고 로마 시민의 영웅이 된 막시무스는 콤모도스에 대항해 반란을 꾀하다 목숨을 잃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바로 신화 속 영웅의 삶과 다름없다. 부모 없이 자라나 제다이가 돼 은하계의 평화를 되찾는 루크 스카이워커의 얘기를 담은 '스타워즈'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인류의 양식인 신화는 수많은 명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담은 명화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이 다는 아니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는 고구려인들의 신화가 담겨져 있다. 북유럽 신화나 한민족의 바리데기 신화 등을 전하고 있는 그림들도 전해지고 있다. 다만 서양 문화의 원류에서 벗어나 있기에 그리스·로마 신화만큼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이다.
절에도 수많은 상징이 숨어있다. 절 입구에 있는 일주문, 탑이나 부도, 법당과 법당 안 많은 그림들은 미륵사상, 염라대왕, 시왕, 산신 등 동양적인 사고에서 길러진 신화가 속속들이 숨어있다. 집을 지켜주는 것으로 알려진 성주신 이야기도 우리의 일상 속에 깃든 신화이다. 지은이가 제시하고 있는 우리 곁의 신화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
우리가 먹는 사과나 옥수수에도 신화가 깃들어 있다. 이 정도 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곧 신화적 세계'인 셈이다. 생활 속 신화는 평소엔 생각하지 못하지만, 어려운 일이 닥치거나 새로운 변화가 요구될 때 그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때는 바로 "공기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데 신화가 반드시 필요함을 알게 되는 순간"이라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서양의 신화만이 아닌 한국, 인도, 일본 등 동양의 신화와 함께 아메리카 원주민, 북유럽 신화 등 평소에 접하기 힘들었던 신화의 세계를 풀어내고 있어 흥미를 더해준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