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범죄'. 얼른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의 단어다. 그러나 법의학자로 이미 미술과 의학의 관계에 대해 여러 차례 책을 낸 지은이가 새로이 관심을 내민 분야다. 지은이는 '미술 범죄'를 '미술과 관련된 모든 범죄'라 정의한다. 그리고 성서·신화·역사 속에서 그려진 살인·참수·독살 현장을 그린 작품, 화가가 실제로 저지른 흉악한 범죄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그림, 도난이나 예술파괴 행위의 표적이 되는 예술적 가치가 높은 그림을 중심으로, 미술을 둘러싸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범죄들을 법의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
'1부. 살인의 그림, 살인자의 그림'. 인물이든 풍경이든, 혹은 사건이든 사실의 기록이 주역할이었던 과거 회화의 성격상 살인을 기록한 회화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카인과 아벨'은 구약성서 창세기에 기술된 카인과 아벨 형제의 비극을 옮긴 작품이다. 뒤엉켜 싸우고 있는 근육질의 두 사내, 한 사람은 몽둥이를 들고 있고 쓰러져 있는 다른 사내의 머리에선 피가 흐르고 있다.
머리 뒤로 훌쩍 넘겨버린 몽둥이는 이내 곧 쓰러진 사내의 목숨을 뺏으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베첼리오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살인 장면을 끔찍하리만큼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이와 달리 카라바조의 작품 속에는 살인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 자신 살인자로 재판 도중에 도망친 전력이 있는 카라바조는 '성 마태오의 순교', '다윗', '세례 요한의 참수' 등 죽음에 대한 기록을 특히나 많이 남겼다.
'2부. 참수를 그린 그림, 그림을 통한 참수'. '기요틴'으로 불린 단두대가 1981년 프랑스 정부가 사형제도를 법으로 폐지하면서 완전히 사라졌을 정도로 '참수(斬首)'의 역사는 오래됐다. 참수는 범죄, 보복, 경배, 과시, 처형 등 다양한 목적으로 쓰였다. 구약성서 외경 '유딧서'에서 조국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순결한 몸을 더럽혀가면서 적장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의 이야기는 상당히 잔인하고 엽기적이다.
많은 화가들이 이 이야기에 매료돼 작품으로 표현해냈다. 그 중 17세기 이탈리아 여성 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적장의 목을 치는 유디트의 모습을 강인하고 결단력 있게 묘사했다. 왼손으로는 침대 위에 누운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누르고 오른손에 든 긴 칼로 목 언저리를 자르는 장면, 그리고 튀기는 피가 강렬한 인상을 준다.
'3부. 그림으로 보는 역사 속의 독살'. 독은 소량으로 쓰거나 약간만 가공하면 약이 되기도 하는 이중성이 있다. 역사는 이 경우보다는 독살로 자신의 욕심이나 야심을 채우는 사례를 더 많이 기록하고 있다. 권모술수의 방편으로 사용된 독살이 그만큼 더 흥미롭기 때문일 터. 독살로 숱한 정적을 제거한 네로의 이야기나 소크라테스가 마신 독배 이야기는 많이 알려진 내용. 아라비아 정벌 도중 갑자기 병사한 알렉산더 대왕의 사인설 가운데 인도에서 상납한 '독초 미녀'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는 놀라움을 자아낸다.
그러나 역사 속 가장 극적인 독살은 클레오파트라의 자살이 아닐까? 자신의 미모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겼던 클레오파트라는 죽음 뒤에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기 위해 독사에게 물려 죽는 방법을 택했다. 그 방법을 얻기까지의 방법은 무자비했다. 그녀는 사형수들을 나일 강변에 모아놓고 이들에게 갖가지 독약을 투여시켰다. 동물들도 실험에 동원해 어떤 독약이 가장 고통 없이 빠르고 편안하게 목숨을 앗아가는지 알아보았다. 19세기 프랑스 화가 알렉상드로 카바넬의 '사형수들에게 독약을 실험하는 클레오파트라'는 이를 무신경하게 지켜보는 그녀의 모습을 담고 있다.
'4부. 다양한 이유로 도둑맞은 그림들'. 인터폴의 집계에 의하면 도난당한 미술품의 거래액은 연간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개인적 소유욕, 수집가의 의뢰, 밀매매, 경매회사 의탁, 보상금 등 미술품 도난의 동기는 여러 가지이지만, 무엇보다 '돈이 되는' 작품이 주로 표적이 된다. 계속해서 최고가 기록을 깨고 있는 빈센트 반 고흐나 얀 베르메르의 작품이 그 예가 된다. 1994년에 이미 한 차례 도둑맞은바 있는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는 2004년 8월 다시 '마돈나'와 함께 도난당한 뒤 아직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고 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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