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서른의 9월엔

8월이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한낮엔 눅눅한 바람이 불어댄다. 여름을 이대로 보내기엔 아쉽다는 듯 천둥과 번개가 치더니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내가 서른이라는 사실은 이렇게 소나기처럼 불현듯 떠올랐다 사라지곤 한다. 사춘기 시절, 서른이 되면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다. 불꽃같이 살다 간 사람들은 유독 서른 안팎에 요절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시인 기형도도 그랬고 마릴린 먼로도 그랬다. 서른이란 나이는 기성세대에 편입되는 나이이며 더 이상 꿈꿀 수 없는 나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벌써 내가 서른이라니! 하지만 올해 나는 서른을 음미할 새 없이 바쁘게 내달려왔다. 4월, 남편과 나를 꼭 닮은 아이가 태어났고 그 아이는 벌써 깔깔대며 웃을 줄 알게 됐다. 그러는 동안 벌써 서른의 절반 이상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서른의 여름은 나에게 아이의 땀띠 걱정 외에는 생각할 겨를이 없는, 낭만 없는 계절이었다. 하지만 가을은 좀 다르지 않을까. 아니, 달라야 한다.

9월엔 좀 더 읽고 좀 더 생각하기! 어쩌면 너무나 평범한 결심이지만 서른의 나 자신을 성숙하게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명제다. 그래서 올해 연말엔 더 나은 나를 만날 수 있길 바라 본다.

최정은(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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