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름다운 이야기]아름다운 청년들

지난 13일, 아내, 아들(고), 딸(초등)과 나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청도 운문산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혼잡한 교통을 뚫고 자연휴양림에 도착했지만 만원이라서 입장이 안 된다고 했다. 할 수 없이 차를 돌려 내려오다가 운문댐 하류 다리 밑에서 물놀이를 하기로 했다. 도착해보니 우리 가족 바로 옆에 젊은 청년 몇 명이 자리를 잡고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물놀이를 즐겼다.

점심식사 후 다시 물놀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아빠" 하는 아들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었다.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수영도 못하는 아들이 목까지 차 오른 물에서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고 무작정 아들을 당겨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급한 나머지 아들 팔을 잡고 당겼으나 허우적거리는 힘에 아들의 팔을 놓치고 말았다. 몇 번이고 아들을 잡으려고 했지만 나 자신도 지쳐가고 있었다. 이러다가 둘 다 죽을 것만 같았다.

우리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짧은 시간 동안 얼굴도 모르는 청년 세 명이 물에 뛰어들었다. 초를 다투는 긴박한 상황에 세 명의 청년은 아들을 물위로 밀어 올렸고 귀중한 생명이 구조되었다. 그 청년들은 바로 우리가족 옆에 자리를 잡았던 청년들이었다. 너무나 경황이 없어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있었는데 언제 자리를 떴는지 청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 부자의 목숨을 구해주고 말없이 떠난 아름다운 세 청년에게 글로써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늦게나마 연락이 닿는다면 정중히 인사 올리고 싶다.

※ 아름다운 청년님, 연락 부탁 드립니다. 011-521-0926.

오성득(대구시 수성구 시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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