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형 이동식 음식점 '길따라 손님따라 달려갑니다~!'

최근 잠재고객이 많은 장소를 골라 찾아다니는 '이동식 점포'가 신종 창업아이템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소형트럭을 개조해 만든 이동식 점포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이동성으로 상당한 매력을 지녔다. 이미 유럽이나 일본 등에선 성공적인 아이템으로 정착했고 서울에선 인기 음식점 못지 않게 손님들을 그러모으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7시 대구시 동구 효목동 동구시장. 혼잡한 도로가에 이색 차량이 떴다. 주홍빛으로 도배한 이 차량은 요란한 외관 덕분에 이내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쪽 편 차량 덮개를 열어젖힌 채 짐칸에서는 정하길(39) 씨가 부지런히 닭을 튀겨내고 있다. 1.5평 정도의 짐칸에는 냉장고를 비롯해 튀김기, 발전기 등이 구비되어 있다. 1t 트럭의 짐칸이 일반 음식점의 주방인 셈이다.

정 씨는 이른바 '이동식 스낵카'를 제작하는 일을 하다 의외로 반응이 좋자 한 달 전부터 손수 이동식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 점포의 메뉴는 치킨과 꼬치. 주방 한쪽에는 호프를 위한 맥주통도 마련해두고 있다.

정 씨는 "낮에는 주로 중·고등학교 앞에서 꼬치를 팔고 저녁이 되면 여기저기 다니며 치킨과 맥주를 판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아무 곳이나 찾지 않는다. 정 씨의 단골 코스는 동구시장이나 달서구 두류공원 야외음악당, 성서 월요시장, 월성단지 등 몇 곳으로 정해져 있다. 정 씨는 "많이 팔 때는 두 시간 만에 50~60마리 정도를 판다."고 자랑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 어느새 사람들이 몰려든다. 정신없이 요리하는 정 씨의 이마는 땀범벅이 된 지 오래다. 그래도 손님이 몰리자 얼굴엔 미소가 가시질 않는다. 정 씨는 "혼자서 모든 걸 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했다. 딱 두 명이 장사를 하면 그만이란다.

정 씨는 "이동식 점포는 일반 음식점과 달리 손님을 마냥 기다리지 않고 손님을 직접 찾아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자랑했다. 계절별로 메뉴를 다양화할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정 씨는 가을까지는 닭으로 승부를 걸고 겨울엔 어묵이나 호떡 등을 팔 계획이다. 그렇다고 어려운 점이 왜 없으랴. 정 씨는 "일단 주차를 해야 하는데 자리 잡기가 힘들고 한번씩 뜨는 단속을 피해야 하는 남모르는 고생도 한다."고 토로했다.

양희숙(33·여) 씨도 4개월 전부터 이동식 초밥집을 운영하고 있다. 2년가량 하던 포장마차를 접고 시작한 이동식 점포로 인해 양 씨는 요즘 눈코 틀 새 없이 바쁘다. 양 씨는 "일단 초기 자본이 2천만~3천만 원으로 소액인데다 운전만 가능하다면 어느 곳이든 차릴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양 씨는 "차량이 일단 예쁘니까 행인들이 초밥을 사먹으면서 이래저래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녀 역시 행사장이나 아파트 상가 주변을 자주 찾아다닌다. 가끔 저녁시간에 스포츠센터 앞을 지키는 것도 전략 가운데 하나. 양 씨는 "보통 운동한 뒤 출출하니까 가볍게 배를 채우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혹 손님이 없을 땐 주차했던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다시 차량을 옮기기도 한다. 양 씨는 "대구뿐 아니라 서울 등 다른 지역에도 가끔 원정을 간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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