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제2회 고입검정고시 합격자가 28일 정식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전국 최고령 합격자로 밝혀진 정영환(77.수성구 만촌동)씨는 "합격소식을 들으니 기쁨이 한량 없다"며 "앞으로 더 공부해 예전에 못 배운 한을 풀어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929년 8월생으로 팔순을 바라보는 정씨는 함께 살고 있는 둘째 아들 정철규(45)씨가 "젊은 제가 오히려 배워야 할 상황"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로 활기찬 '젊은 70대'.
오전 6시 반이면 집 뒷산에 올라 운동을 하고 낮에는 동사무소에서 영어공부를, 저녁에는 야학에서 7시부터 10시까지 하루 3시간씩 검정고시를 준비해왔다.
정씨는 남다른 열정의 비밀은 "철저한 시간활용"이라며 "원래 나이가 들수록 더 열심히 살아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군생활부터 틈틈이 독학을 계속해 온 정씨가 본격적으로 검정고시 준비에 뛰어든 것은 1년 전 아내를 잃고서부터.
기억력이 예전같지 않아 돌아서자마자 배운 걸 잊어버리길 거듭해도 배우겠다는 열정은 수그러들 줄 몰랐다.
어린 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만 간신히 졸업한 뒤 1948년 19살의 어린 나이로 군에 입대한 정씨는 한국전쟁 당시 철원 백마고지와 금화 저격능선 전투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하며 충무무공훈장까지 받은 국가유공자다.
1977년 중령으로 예편한 뒤엔 세탁소를 차렸지만 자녀만은 제대로 교육하겠다는 일념에 세탁소에서 번 돈을 모두 자녀의 학비로 쓰고 대신 연금으로 생계를 해결했다.
그렇게 해도 세 자녀의 학비를 모두 대기 힘들다는 것을 느낀 정씨는 법무사, 공인중개사 등 학력제한 없는 자격시험에 독학으로 도전해 결국 제3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 학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정씨의 이런 정성에 좋지 않은 살림에도 세 자녀 중 둘이 대학을 졸업했다.
앞으로 고졸검정고시까지 합격한 뒤 방송통신대학에서 부동산학이나 일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정씨는 "아무리 작아도 가능성이 있다면 도전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며 마지막까지 후회없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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