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최근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에게 보낸 서신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시기와 방위비분담 비율을 적시해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럼즈펠드 장관은 서신에서 전시 작통권을 2009년 한국군에 이양할 것이라는 입장과 함께 방위비를 '50대50'으로 동등하게 분담하자는 입장을 강력히 피력한 것.
국방.외교부 등 관련부처는 럼즈펠드 장관의 서신 내용을 공유하면서 관련대책을 숙의하는 한편 정부 입장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무엇보다 오는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를 불과 2개월 앞둔 시점에서 럼즈펠드 장관이 이런 입장을 전달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더구나 전시 작통권을 한국군이 환수하는 시점과 관련해 한측은 2012년을, 미측은 2009년을 각각 염두에 두고 이견을 조율하고 있는 과정에서 목표연도를 제시한 의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측이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안보정책구상(SPI)회의를 통해 2009년에 전시 작통권을 이양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한 적이 있지만 럼즈펠드 장관이 목표연도를 처음으로 제시한 것 자체가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부 및 외교소식통들은 미측이 다음달 14일 열리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핵 6자회담과 자유무역협정(FTA) 등과 더불어 전시 작통권 이양시기를 정하는 문제가 주요 관심사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시 작통권 이양시기에 대한 미측 입장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로 관측된다는 것이다.
또 전시 작통권 이양과 관련해 한국 내에서 '한미동맹 균열', '주한미군 철수' 등의 우려감이 증폭되는 등 끝없는 논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군사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전시 작통권 이양 문제가 한국 정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전시 작통권 이양과 관련한 논쟁이 조기에 끝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작통권 이양시기에 대한 한미간 이견에도 불구하고 "전시 작통권을 한국군이 환수한 이후에도 한미동맹은 굳건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럼즈펠드 장관이 방위비를 동일한 비율로 분담하자고 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미동맹 군사구조가 연합방위체제에서 '공동방위체제'로 전환되기 때문에 한국도 더 많은 방위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으로 들리지만 그 이면에는 최근 미국내 달라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시각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최근 미국의 조야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감정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면서 "럼즈펠드 장관이 방위비를 동등비율로 분담하자고 한 것은 분명히 과거와 다른 입장 "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한반도에 잔류하는 미군병력의 운용을 위해 한국이 더 많은 부담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보인다"며 "앞으로 국민들의 안보비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럼즈펠드 장관이 전시 작통권 이양시기를 2009년으로 못박으면서 방위비분담 비율을 '50대50'으로 제시한 것은 두 사안을 연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작통권 환수를 요구한 쪽은 한국이지만, 이양시기와 관련한 '키'를 쥐고 있는 쪽은 미국인 만큼 이양시기를 늦추려면 방위비를 동등한 비율로 분담하자는 자신들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는 복선을 깔아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군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럼즈펠드 장관의 서신 내용은 우리측에 결코 유리하지 않은 것"이라며 "앞으로 조율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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