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활자중독증이 있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무엇이든 읽고 있어야 마음이 안정되는 이상한 버릇이다. 그러다 보니 기쁜 마음으로 하는 취미활동 중 하나가 자연스럽게 신문 스크랩이 되었다.
언젠가 이상적인 결혼생활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장면이, 주말 아침 햇볕 잘 드는 거실 창가에 신문 펴놓고 둘이 나란히 엎드려 신문 읽는 모습이었을 정도다.
하지만 그저 취미활동일 때는 즐거움의 대상이더니 막상 독자위원이 된 이후로는 분석하고 논평할 것을 염두에 두고 신문을 읽어야 해 그런 고역(?)이 없다. 직업병이겠지만, 특히 여성 관련기사는 빼놓지 않고 보게 된다.
매일신문의 경우 전반적으로 지역밀착적 기사는 강화된 반면 여성부문은 과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졌다고 본다. 여성부문은 호주제가 폐지된 이후 거시적 운동의 논리를 잃어버렸다. 여성정책을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 특히 남성들은 오히려 이미 여성 상위시대가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날린다.
인터넷에 여성 친화적(?) 기사라도 뜨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험한 댓글로 도배되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우리원에서 펴낸 '신문으로 읽는 경북여성사'를 보면 여성들의 권리와 인권을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거쳐 왔는지 알 수 있다.
특히 그 과정에서 언론이 여론을 이끌어내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 자리를 패션·요리·화장법 등이 대체하고 있다. 마치 그것으로 여성부문에 대한 배려를 했다고 인식하는 듯 하다.
물론 독자의 기호가 연성화된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성 세대간의 의식변화, 다양한 여성의 일상생활 및 미시적 삶에 대한 관심, 제도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화적 차별에 대한 환기, 최근 여성 쟁점들을 정리해주는 기사들은 여전히 유효하고 또 필요하다. 여성부문에 대한 좀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기대해본다.
난 신문을 사랑한다. 인터넷 신문이 아무리 빠르고 편리하다고 해도 결코 신문의 첫 장을 여는 흥분과 설렘을 대신할 수는 없다. 난 지역신문을 아낀다. 지역신문을 읽지 않으면 내가 사는 이 곳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지나칠 때도 많다. 이것이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그날 신문을 찾아 읽고서야 잠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일신문을 만드는 분들이여! 부디 사명감을 가지시라. 정론을 이끌어간다는 자부심과 소신도 잃지 마시라. 나처럼 어린시절부터 신문을 통해 사회를 읽는 눈을 틔우고, 세상과 소통하면서 커가는 사람이 많음을 기억하시라.
그러자면 그에 못잖은 책임감과 함께 따끔한 질책과 충고도 수용해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과감하게 버릴 것은 버리고 지킬 것은 지킴으로써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사랑받는 신문으로 남을 수 있길 바란다.
정일선(경북여성정책개발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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