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부대 터 매입비의 지방정부 부담률이 또 하나의 말썽거리로 대두했다. '주한 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 시행령 案(안) 14조 규정이 지방정부들에 불리하도록 뒤늦게 손질된 탓이다. 행정자치부는 당초 중앙정부 부담률을 60∼80%로 규정해 입법 예고했으며, 대부분의 지방정부들이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도 지난 25일 열린 관련 부처 회의에서 엉뚱하게 기획예산처가 반대, 중앙정부 부담률을 30∼50%로 줄이기로 했다.
뒤통수를 맞게 된 셈인 지방정부들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대명동 캠프 워커 부지의 10% 2만여 평을 환수받을 예정인 대구시의 매입비 부담은 250억 원에서 500억 원대로 불어날 것이라고 했다. 땅 중 8천600평을 매입해 새 청사를 짓겠다던 남구청 또한 예상 매입비 180억 원으로는 엄두도 낼 수 없게 됐다. 안 그래도 뒤늦게 토양 오염 문제가 불거져 어려움이 배가돼 있는 중에 일어난 일이다. 반발은 전국적인 것이어서, 하얄리아 부대 터 16만 평에 공원을 만들려던 부산은 국무회의 통과 저지 운동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고 한다.
중앙정부의 이번 행태를 놓고는 따져 봐야 할 일이 여럿이지만, '국가의 정책 조율 시스템이 저렇게 허술했나' 하는 허탈감이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다. 엄청난 돈이 드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돈줄을 쥔 기획예산처와 사전 조율을 안 했다는 것이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말이 안 되는 그런 시스템으로 國政(국정)을 운영한다면 혼란은 늘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개탄할 오늘날의 국력 소모도 그 탓에 발생한 것 아닌가 싶어 아찔하다. 그렇다면 이건 단순한 미군기지 땅 매입비 문제가 아니라, 국정 시스템을 전부 되살펴보도록 요구하는 警鐘(경종)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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