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不可思議(불가사의)한 것들이 적지 않다. 제아무리 火星(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고, 상상도 안 되는 까마득한 우주 공간 저 너머 冥王星(명왕성)의 실체를 파악해 내 태양계 행성자리에서 퇴출할 정도로 21세기 과학의 위력이 대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들이 많이 있다. 이집트 쿠푸왕의 피라미드, 고대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등대, 영국의 스톤 헨지, 바빌론의 세미라미스 공중정원….
○…南美(남미) 안데스 산맥 페루 지역에 남아있는 일명 '나스카 文樣(문양)' 역시 세기적인 불가사의에 속한다. 땅 위에 날개를 편 새나 기하학적 문양 등은 너무도 엄청난 스케일이어서 하늘에서 봐야만 전모를 볼 수 있다. 외계인 그림설 등 온갖 추측이 나돌았으나 BC 200~700년 사이에 살았던 나스카 인들의 그림으로서 하늘의 神(신)에게 보이기 위함이라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최소 1천300년 이상 된 地上畵(지상화)들인 셈이다.
○…대구 팔공산에서 허브 농원을 꾸리고 있는 30대 젊은 농부 차호철 씨가 한국판 나스카 그림을 그려 놓아 화제다. 의성군 금성면 산자락 1만여 평의 수수밭에 가로 100m, 세로 250m 크기, 선 하나의 폭만도 2.5m에 달하는 거대한 '데메테르' 女神像(여신상)이다. 그리스'로마 神話(신화)에 등장하는 올림포스 12신 중 한 명인 '곡물과 대지의 여신'이다.
○…수천 년간 '天下之大本(천하지대본)'으로 아낌받아 왔던 농업이 갈수록 홀대받고, 농업 환경도 자꾸만 어려워지는 현실이 안타까워 시작한 일이다. 수확에만 의존하는 전통적 농업에서 벗어나 도시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물꼬를 틀어야 한다는 신념에서 비롯됐다. 데메테르 형상을 택한 것에는 同病相憐(동병상련)의 농부들에게 흙에 대한 애정을 되살려주고 싶은 소망이 있어서다.
○…4년간의 긴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 봄 본격 작업에 들어가 4개월 만에 완성했다. 나스카 문양만큼의 초거대 그림은 아니어도 이 역시 하늘에서 내려다봐야만 전체를 볼 수 있다. 차 씨는 앞으로 매년 사회적 이슈가 되는 소재들을 수수밭에 아로새길 계획을 갖고 있다.'至誠(지성)이면 感天(감천)'이라는 옛말을 '수수밭 그림'을 보며 새삼 떠올려 본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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