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신 거침없이 쏟아내…이명박 본지 단독 인터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다변(多辯)이자, 달변(達辯)이었다. 별다른 꾸밈 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을 그의 말투에서 알 수 있었다. 이 전 시장은 지난 25일 대구 모 호텔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선주자로서 자신을 둘러싼 소문, 당내 경선, 현 정부의 정책 등에 대한 소신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개인 자질

▷이 전 시장을 둘러싼 루머가 많은데?

'여자가 있다더라' '아들이 군대 안갔다더라'는 등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것은 후진적 발상이다. 과거 기업할 때는 세계 일류기업들과 비교해 강점을 배우며 이겨낼려고 애썼는데, 정치를 해보니까 서로 끌어내리기를 일삼고 '룰'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도를 넘어 지나친 것은 법적 대응을 할려고 한다. 이번에 '숨겨놓은 아이' 허위사실 유포로 한 네티즌을 고발해서 약식기소를 통해 벌금 200만 원을 물린 것으로 안다.

최근에는 인터넷에 제 아들 명의로 '군대 안갔다. 앞으로도 못가겠다'란 편지가 올랐다. 전방에서 26개월 만기 제대했는데 이런 것이 떠돌고 다니니, 한국 정치현실이 아직 유치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저를 향한) 음해성 루머는 경선을 염두에 두고 한나라당 당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황제)테니스 사건' 이후 당에 '정치공작금지법'을 제안했는데, 여야가 이를 꼭 통과시켜주길 바란다.

◆대선 경선

▷대선 경선을 앞두고 다양한 설이 나오는데?

경선에 불복한다는 것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과 합친다는 것도 흑색선전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누가 되느냐보다는 정권교체다. 시대에 맞는 후보를 뽑게 돼 있다. 후보가 되고 안되고는 국민에게 맡기고, 한나라당은 어떻게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느냐에 신경을 써야 한다.

▷당내 판세를 어떻게 보나?

현재로선 유·불리를 속단하기 힘들다. 물론 지난 7월 당 대표를 뽑는 과정을 보면서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당 대표를 뽑는 것과 국가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대통령 후보를 정하는 것은 서로 차원이 다르다. 본선 경쟁력,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 등이 후보를 정하는 가장 큰 '열쇠'가 될 것이다.

▷한나라당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미지는 한번 형성되면 오래 간다. 웰빙정당이다, 차떼기당이다 하는 것은 과거부터 누적돼온 이미지다. 이를 바꾸는 데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정책 평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보나?

서울의 강남 집값을 잡으려다 전국을 어렵게 했다. 부동산 정책은 과외 단속하듯 일시적인 단속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없다. 공급물량 확대, 임대아파트 공급 등 다양한 정책을 꾸준히 펼쳐야 주택이 투기목적이 아닌 주거목적으로 바뀌는 시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자주냐, 아니냐 하는 이념적 판단이 아니라 '국익'이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국민들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 시스템을 흔들어 전시 작통권을 서둘러 가져옴으로써 국가 안보뿐 아니라 국가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커지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대해서는?

세계가 나가는 궁극적 목표는 다자간 개방이다. 우리는 대외 의존도가 크고, 무역을 통해 먹고살기 때문에 이것(FTA)은 국익에 도움이 된다. 단, 농업은 수백년간 이어온 국민정서와 관련된 특수성이 있다. 한국은 농업부문에서 경제적 비중보다 국민정서적 비중이 훨씬 크다는 점을 미국에 잘 설득시켜 상당한 유예기간을 받아내고, 그동안 근본적인 농업지원책을 세워야 한다.

▷노사문제를 어떻게 보나?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 외적 요인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고, 내적 요인은 노사문제다. 법질서가 지켜지지 않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과거에는 사용자 힘이 세 노동자가 희생됐고, 지금은 노동자 힘이 너무 세 사용자의 의욕이 줄었다. 법질서를 확립한다면 투자가 이뤄지고, 경제가 살아날 것이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