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름방학 특별한 체험] "우리도 이웃 도울 수 있다는 걸 느꼈죠"

학생들에게 여름방학은 소중하다. 보충수업이 있어서 더 짧게 느껴진다. 미뤄뒀던 잠도 실컷 자고 놀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다. 이런 시간을 남을 위해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신명고 2학년 송유진, 엄미송, 이가영 양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꺼이 여름방학을 '쪼갰다'. 2년째 방학때마다 충북 음성군 꽃동네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

"짝짝짝! 짝짝! 사랑해요~."

꽃동네에서는 '안녕하세요' 대신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려 인사를 한다고 했다. 꽃동네식 인사법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24일 오후 신명고 교정에서 여고생 삼총사를 만나 그들만의 방학얘기를 들어봤다.

"꽃동네 식구들이 아른거려서 방학만 기다렸어요."

대구자원봉사센터 회원인 이들은 지난 해 여름방학 때 처음 꽃동네 자원봉사를 갔다. 그 곳은 전혀 새로운 세상이었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인연을 끊은 이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곳. 정이 넘치는 동네였다.

"'천사의 집'이란 곳에서 몸이 불편하신 아저씨들을 도와줬어요. 말벗도 해주고 안마도 해주고 양치와 식사까지 돕다보니 몇 시간만에 친해졌어요." 다른 봉사팀원들과 함께 관 체험, 장애 체험을 하기도 했지만 보람 있었던 것은 역시 설겆이, 청소, 아이 돌보기, 심부름 해주기 등이었다.

유진 양은 '예성(16)'이라는 정신지체 소년이 기억에 남았던 모양이다. 나이도 비슷한 소년은 '누나' '누나' 하며 무척 따랐다고 한다. 예성이를 만난 것은 겨울방학 때인 지난 1월이었다.

미송 양은 "여름방학 때 꽃동네에서 보낸 시간이 너무 좋아 세 명이서 1인당 3만 원씩 차비를 내고 반나절이나 버스를 타고 다시 꽃동네를 찾아가게 됐다."고 했다.

꽃동네의 겨울 추위는 보통이 아니었다. 꽃동네 식구들의 아침준비를 돕기 위해 새벽 5시 30분에 숙소에서 일어나 식당으로 향했다.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가운데 무릎까지 눈이 쌓인 산길을 걷는 일은 고행이었다. 식당에서 밥을 풀 때의 훈훈함은 그래서 더 좋았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보충수업이 한창인 지난 7~9일 자원봉사팀 학생들과 함께 꽃동네를 다녀왔다. 선생님이 '좋은 일이니까 다녀오라.'며 흔쾌히 승낙해주신 덕분이었다.

"할머니 말벗을 해드리는 일이었는데 저희가 짧은 기간만 있다 가는 걸 아시니까 정이 들까봐 그랬는지 애써 무뚝뚝하게 대하시더라구요". 가영 양은 가슴 한 구석이 아렸다고 했다.

"엄마가 농담으로 그러세요. 밖에서 봉사하지 말고 집에서나 봉사하라구요. 꽃동네를 다녀오면 '내가 정말 이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걸 느껴요. 나중에 사회복지 분야로 진로를 잡아야지 하고 결심했어요."

삼총사들은 다시 한 번 꽃동네식 인사를 보여주며 환하게 웃었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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