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에서] 밥 해 주는 교사와 바보(?) 교장

지난 6월 서울 지역에서 일어난 급식 사고 여파와 관련되어 자장면, 햄버거, 샌드위치 등으로 점심을 때우는 학생들, 굶는지 먹는지 알 수 없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도되었다.

이 보도를 보면서 나는 우리 지역 '밥 해 주는 교사'가 떠올랐다. 달성군 현풍면에 위치한 포산고등학교 김 선생. 행정구역상으로는 광역시에 속해 있지만 농촌 마을인 현풍. 학생들 대부분은 농민의 자녀다.

학원 등을 다니는 도시 지역 학생들과 달리 이곳 학생들은 방과 후 농사를 도와야 한다. 지역적 특색으로 교육 환경도 열악하다. 현풍, 논공, 유가 등 마을별로 하루 몇 차례씩밖에 운행하지 않는 버스 배차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니, 정규 교육과정 운영은 물론 방과후교육 활동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특히, 방학 중에는 어려움이 훨씬 더 크다. 학교 급식을 못하기 때문에 점심시간 전에 수업을 마쳐야 한다. 자율 학습도 점심 문제, 버스 문제가 걸린다. 도시락을 싸오면 되겠지만 그것조차 어려운 학생들이 많다.

이런 여건에서도 진학 지도를 해야 하는 선생님들의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명, 한 자라도 더 가르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마을마다 아이들을 데리러 다니는 건 일상이 되었다. 수당 없는 과외 지도도 수 없이 했다. 이번 여름 방학 중에는 자율 학습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점심을 교사가 직접 마련하여 제공했다. 매일 교내에서 밥을 지어 25명 내외의 학생들과 나눠 먹었다.

자신의 손익(損益)을 먼저 생각하는 세태를 감안하면 참으로 아름답다. 그런데, 이런 아름다움은 바보(?) 김 교장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남들은 기피하는 학교를 자원해서 찾아간 교장. 자신보다 학생, 교직원들을 먼저 생각하는 교장. 주머니를 털어 학생과 교직원의 사기를 북돋우는 교장.

과거 발령받으면서 떠날 날을 계산하게 된다던 학교, 김 교장은 인사 업무를 맡아 보면서 스스로 찾아 부임했다. 그 뒤 시내 학교로의 전보를 굳이 사양하고 있다. 참된 교육자상을 교직원들과 함께 만들어 내고 있다.

어렵고 힘든 우리 학생들에게 '희망'이라는 힘이 생기도록 밥 해 주는 교사와 바보(?) 교장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 포산고등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박정곤(대구시 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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