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봉 이매방 대구서 승무 연주회

"춤사위는 장단이지!"

"장단 잘 맞춰! 하나도 안맞잖아."

25일 계명대 무용실에서 열린 제1회 승무 연수회. 장삼을 곱게 차려입은 60여 명의 학생이 승무 배우기에 열중한 가운데 직접 장구채를 잡은 우봉 이매방(80) 선생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우봉 선생은 한영숙류 승무와 함께 승무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우리 시대 최고 춤꾼. 중요무형문화제 제27호 승무와 제97호 살풀이춤 보유자이기도 하다.

"내가 춤을 배울 때는 무당취급 당했지. 광주극장에서 공연할 때 아버지가 고향 목포에서 몽둥이를 들고 찾아왔어. 무대까지 올라와 나를 막 패기 시작했지. 관객들은 배꼽잡고 웃고 난리났었어. 그만큼 봉건적인 집안이었지만 난 춤이 좋았어."

대구에서 처음 연수회를 갖는 우봉 선생은 늘 대구를 찾아야 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대구도 호남류의 승무를 해야하지 않겠냐'면서 말이다. 그러던 차에 계명대 장유경 교수의 초청을 받아 드디어 대구의 강단에 선 것. 25일부터 3일간의 강행군이지만 선뜻 나선 이유는 젊은 제자들에게 좀 더 정확히 춤을 알려주고픈 마음에서다. 우봉 선생은 건강이 허락한다면 앞으로 3년간 대구로 내려와 연수회를 가질 계획이다.

7살 때 본격적으로 춤을 시작한 이후 70년 이상 춤판에만 서 있던 그는 왜곡된 형태로 전해지는 전통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했다. "지금 사극에 나오는 쪽진 머리, 그거 방법이 다 틀려먹었어. 그리고 머리 노랗게 물들이지 마. 한국 사람은 머리카락, 눈썹, 눈동자가 모두 검어야 미인인거야. 한국무용은 어느 때 공연해야 할지 모르니까 늘 준비를 해야지."

그리고는 장구 장단을 치기 시작한다. 한때 위암 투병으로 44kg에 불과한 왜소한 체구이지만 장구 소리엔 힘이 넘친다.

우봉 선생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중학교 학생부터 40대 후반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모두 우봉 선생만의 독특한 승무를 배우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다. "이매방 승무는 관객을 의식하지 말아야 해. 어느 각도에서 봐도 춤사위가 드러나야 하는 사방춤이지."

춤 추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봉 선생은 학생들에게 '마음이 고와야 한다'는 점을 연신 강조했다. 명예를 좇아 다니는 무용계에 원로로서 일침을 가한 셈이다.

오는 10월엔 대구문화예술회관, 11월엔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를 계획인 우봉 선생은 춤에 관한 한 지칠줄 모른다. 70년 이상 춤만 춰온 춤꾼을 무대 위에서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나 죽으면 한국 춤도 끝이야. 춤은 장단이지. 무대 위에서 춤과 장단이 어우러지는 진수를 보여줄테야."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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