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들이 가장 보내고 싶어하는 방학 캠프 1위, 그러나 아이들은 가장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캠프 1위'.
해병대 캠프 체험을 주관하는 (주)마린아카데미의 이미선 씨는 해병대 캠프를 이렇게 설명했다. 하지만 제 발로 해병대 캠프를 찾는 청소년들도 의외로 많다. 나태해지기 쉬운 방학 동안 몸과 마음을 강하게 단련하고 싶은 심정은 부모 못지 않다. 초등학생도 있고 여학생도 있다. 이들 입소생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오직 하나, 극기(克己)다. 햇볕이 작렬하는 백사장에서 심신을 단련하고 온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나를 이긴다
"다음 방학에는 실미도 캠프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곽병기(17·대구심인고2년) 군은 이달 초 3박 4일 간 한 사설 캠프업체가 포항에서 운영한 해병대 캠프에 다녀왔다. "아버지가 해병대 출신"이라고 웃으며 입을 연 곽 군은 "체육대학을 진학하거나 직업 군인의 길을 걷고 싶은데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다. 자신감을 얻고 싶었다."고 말했다.
해병대 캠프는 과연 혹독했다. 캠프를 다녀온 뒤에도 며칠 동안 '악!'소리가 저절로 나왔다.(해병대에서는 '예' 대신 '악!'으로 대답하게 한다.) 고무보트를 이용한 훈련, 전투 수영, 전투 축구, 산악행군, 제식훈련 등 어른도 하기 힘든 병영체험을 하는 동안 피부가 햇볕에 타 군데 군데 허물이 벗겨졌다. 곽 군은 130여 명의 참가 학생 가운데 '학생장(長)'을 맡아 대표로 점호까지 했다.
"고무보트 훈련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훈련에 이용된 고무보트는 80kg. 7~8명이 고무보트를 머리 위에 이고 해변을 달렸다. 보트 앞에 정렬, 옆에 정렬, 무릎 옆에 들기...훈련법은 무궁무진했다. 노를 저어 파도를 헤치며 경주도 했다. 바다 한가운데서 보트를 뒤집어 놓고 구명조끼를 입은 채 전투 수영도 했다. 곽 군은 "개학 후에 학교 선생님들이 '해병대 정신이 그것 밖에 안되나'며 농담삼아 칭찬도 하셨다."며 "군대를 미리 다녀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장혜연(15·동도중 3년) 양은 해병대 캠프에 다녀와서 목이 다 쉬었다.
캠프 첫 날 버스에서 내리면서부터 교관님(장 양은 아직도 '교관님'이라고 불렀다.)들의 군기 잡기는 시작됐다. 캠프 입구에서 합숙소까지 오리걸음으로 걸었다. 줄이 삐뚤거나 복창소리가 작아도 어김없이 기합이 떨어졌다. 선착순 달리기도 여러 번 했다. 훈련 동안에는 아무리 목이 말라도 물을 마시지 못하게 했다. 식사 시간은 꿀맛이었다. 장 양은 "생전 처음 힘든 경험을 하면서 부모님 생각이 가장 많이 났다."고 했다.
(주)마린 아카데미 측에 따르면 해병대 캠프 참가 학생 중 초등학생이 56%로 가장 많고 여학생 비율은 15% 정도. 이미선 씨는 "하지만 예전과 달리 강한 체험을 통해 용기를 얻으려는 여학생들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했다.
조자현(11·도원초교 5년) 양도 그 중 한 명이다.
평소 인내심이 없다고 생각해서 해병대 캠프에 자원했다는 조 양은 해변에서 남자 아이들과 섞여 한 전투축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전투축구는 공을 발로 차거나 들고 뛰어도 된다. 남자 아이와 볼을 다투다 허벅지를 다치기도 했다. 산악 행군 때는 2시간 30분이나 걸려 포항에서 가장 높은 산을 등반했다. "퇴소식 전날 밤 부모님께 편지를 쓰면서 울었다."는 조 양은 "포기하고 싶은 힘든 순간마다 해병대 캠프가 생각날 것 같다. 집이 천국인 줄 이제야 알겠다."고 했다. 조 양은 해병대 캠프 보고서를 방학 숙제로 낼 작정이라고 했다.
최선웅(13·매호중 1년) 군은 해변 모래 사장에 배를 깔고 한 '개구리 수영'(전투 수영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오전 6시30분에 기상해 PT체조와 구보를 하고 나서 먹는 밥은 꿀맛이었다. 최 군은 수영을 전혀 못했지만 함께 고생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바다에서도 용감하게 헤엄칠 수 있었다고 했다. "예전에도 여러 번 여름 캠프를 갔지만 이번이 가장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제게 주어진 것들에 대한 소중함도 깨닫게 됐어요."
▶해병대 캠프 인기
해병대 캠프는 방학 때마다 단골 캠프로 꼽힌다. 캠프 주관업체들에 따르면 국내 사설 해병대 캠프는 4~5년 전부터 급속하게 늘어났다. 실제 해병대 부대 내에서 치러지던 병영 체험이 인기를 끌면서 수요가 폭발하자, 사설 업체들이 앞 다퉈 생겨났다. 현재 20곳이 넘는다. 영화 실미도가 상영된 이후 실제 실미도에서 해병대 캠프를 주관하는 곳까지 생겨날 정도. 해병대 하사관·사병 출신들이 교관을 맡고 있으며 단결력과 협동심, 자신감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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