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빈익빈부익부'에 우는 대구 지자체…대안 없나?

수도권 vs 대구, 수성구 vs 비수성구 '격차 심화'

대구 구·군청 민선 4기호가 출발부터 좌초하고 있다.

1995년 민선자치 출범이후 해마다 심화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 때문. 수도권 기초자치단체들이 1천억 원을 넘나드는 초호화 청사 짓기에 열을 올리는 반면 대구 지자체들은 수십억 원짜리 청사 신·증축은 물론 예전 투자 사업에도 제때 예산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균형발전을 정책 기조로 삼아 온 참여정부 들어 수도권과 비수도권, 기초와 기초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의 격차가 갈수록 더 커지는 '비참한' 현실, 대체 어떻게 바꿔야 할까.

◆1천127억 원 vs 66억 원.

오는 2008년 완공을 목표로 1천127억 원짜리 신청사를 짓고 있는 서울 금천구청과 66억 원짜리 청사 증축조차 4년째 지연되고 있는 대구 북구.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두 구의 예산 구조를 분석했다.

인구 45만의 대구 북구와 26만의 금천구는 2006년 전체 살림살이 규모가 1천810억 원(북구) 대 1천452억 원(금천구). 한 해 예산은 엇비슷한데 누구는 수십억 원에 쩔쩔 매고 누구는 1천억 원을 펑펑 써댈 수 있는 이유는 두 구의 자주재원과 의존재원 구성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북구가 올 해 국가에서 지원받는 의존재원은 843억 원(46.7%)에 달한 반면 금천구는 260억 원(18%)에 불과했다. 국가가 지원하는 의존 재원은 사회복지, 청소, 재난환경, 문화체육 등 모든 용도가 지정돼 있고 지방정부 분담률이 항상 따라다니는 돈.

북구청 관계자는 "의존재원 비율이 해마다 높아지다 보니 의존재원 사업에 대한 구비 부담률이 덩달아 늘어나 구청사 증축 같은 자체 사업 비율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금천구 자주재원 비율이 제 아무리 높아도 한 해 예산의 77.6%(2006년 기준)에 이르는 1천127억 원을 신청사 건립에 쏟아 붓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 금천구엔 든든한 후원자도 있었다. 전체 신청바 건축비의 72%에 해당하는 814억 원은 서울시가 지원해 준 돈. 빚만 2조 원이 훨씬 넘는 대구시는 절대 불가능한 현실이다.

◆수성구 vs 비수성구.

이달말 대구시 투융자심사를 앞둔 대구 수성구 지산범물구립도서관 사업은 구비 예산만 100억 원에 이르는 반면 다른 구들은 신규 투융자 사업 추진은 커녕 소방도로, 하수도, 동사무소 신축 등 예전 투자 사업도 멈춰 섰다.

2003~2005년까지 투융자 심사 사업을 통과한 대구 8개 구·군청의 151개 사업을 분석한 결과 29.8%에 달하는 43개 사업에 예산 투입이 중단됐거나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 가운데 수성구 사업은 단 하나에 불과했고, 부진 이유도 지구단위계획에 따른 일정 조정이었다.

하지만 동구 내곡, 용계동, 서구 비산, 상리동, 달서구 진천동 소방도로, 동구 도평동, 북구 침산1, 산격1동사무소 신축, 동구 방촌천 하천 정비공사, 북구 노곡동 금호강변 진입 교량 등 다른 구 주민숙원 사업은 무더기 지연, 중단 사태가 잇따르는 실정.

대구 기초자치단체간 벌어지는 이 같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의존재원 비율 때문이다. 올 해 대구 7개 구청의 의존재원 비율은 수성구 37.7%, ▷중구 38.2%, ▷서구 39.1%, ▷달서 40.3%, ▷남구 41.2%, ▷북구 46.7%, ▷동구 50.0% 순으로 의존재원 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자체 사업 재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동구청 관계자는 "국비 보조사업에 짓눌려 동구 자체 사업 비율(7.2%)이 7개 구청 가운데 꼴찌에서 두번째"라고 씁쓸해 했다.

◆이렇게 바꾸자.

의존재원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정부 21개 부처가 국가 정책과 관련한 367개 사업에 대해 전체 예산의 일정 비율을 보조하는 '국고보조금'.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01년 10조 3천494억 원이었던 국고보조금'은 2005년 15조 3천502억 원으로 5조 원 넘게 불어났다.

하지만 국고보조금이 늘면 늘수록 지방정부간 빈익빈 부익부는 심화된다. 보조금마다 지방정부 분담률이 있지만 잘살건 못살건 분담률은 똑같아 국고보조금을 많이 지원받는 가난한 지자체일수록 재정구조가 악화되기 때문. 감사원도 지난해 말 "획일적 지방정부 분담률에 문제가 있다."며 "국고보조금 시스템을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감감무소식.

이와 관련 국비보조사업에 자체사업이 짓눌리고 있는 대구 동구청, 북구청, 남구청 예산 담당들은 "중앙정부가 국고보조금에 따라다니는 지방정부 운영비 부담률을 재정자립도와 정책 수요에 따라 차등 적용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며 "정부에 건의를 아무리 반복해도 실무부서 논의가 전혀 없다."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대구보다 재정구조가 더 열악한 강원 ,전남 등에서도 차등 분담률 의무화에 대한 국회의원 입법발의까지 진행됐지만 서울, 경기권 국회의원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

◆근본적인 대안은.

보다 큰 틀에서 논의되고 있는 근본 대안은 교부세 제도 전면 개선.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지원하는 돈은 크게 국고보조금과 교부세로 나뉜다. 국고보조금이 지방정부 분담률을 의무화하는 반면 인구나 재정 형편에 따라 골고루 배분하는 교부세는 비교적 쓰임새가 자유로운 돈.

전국 시도지사 협의회는 "내국세의 19% 수준인 현행 교부세 비율을 25%까지 올려 열악한 지방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곽대훈 대구 달서구청장은 국고보조금에 대한 과도한 지방정부 부담은 교부세 추가 지원으로 보전해 주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공동세(역교부세)는 가장 '진보'적인 대안. 자치구마다 일정 기준의 세수입 상한선을 정해 상한선을 초과하는 세수입을 국가 또는 광역시가 환수하고 잘 살거나 못 살거나 n분의 1만큼 골고루 나눠줘 자율 재정 운영을 맡기는 방식. 하지만 부자 동네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지난해 서울시가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해 제안했다가 강남 자치구들의 강한 불만을 샀다.

대구 민선 4기 관계자들은 "자치구간 빈익빈 부익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종합토지세, 분권교부세 등 지방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참여정부가 일방 추진하는 국토균형발전 정책은 되레 불균형발전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라며 "민선 4기를 비롯한 미래의 지방자치 시대를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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