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할 수 있는 물질이 발견되었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 화학교수 폴 허겐로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정상세포가 잘못되었을 때 스스로를 죽여 없애버리는 메커니즘인 세포소멸(apoptosis)을 암세포에도 유발시킬 수 있는 합성물질을 찾아냈다고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 인터넷판이 28일 보도했다.
건강한 세포는 스스로에 뭔가 잘못되었을 때 자살하는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으며 이를 세포소멸이라고 한다. 이 세포소멸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프로카스파제-3이라는 효소가 자살을 실행하는 효소인 카스파제-3으로 전환하는데 암세포는 이러한 전환과정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악성종양으로 증식하게 된다.
허겐로서 박사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화학생물학(Nature Chemical Biology)'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암세포의 프로카스파제-3을 카스파제-3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합성분자를 찾아내 이를 '프로카스파제 활성화물질-1(PAC-1:Procaspase Activating Compound-1)'이라고 명명했다고 밝혔다.
허겐로서 박사는 2만 500가지 합성분자를 스크린한 끝에 이러한 전환능력을 가진 4개의 분자를 골라냈으며 이 중 단 하나인 PAC-1이 투여량 증가와 함께 전환능력도 높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23명의 대장암 환자에게서 채취한 암 조직을 이 분자에 노출시킨 결과 암세포가 모두 제거되었다. 대장암세포는 정상세포보다 프로카스파제-3이 평균 8배 많았으며 어떤 것은 20배나 되었다. 이 분자는 프로카스파제-3이 많을수록 이를 카스파제-3으로 전환시키는 힘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환자의 경우 이 분자에 대한 민감도는 암세포가 정상세포보다 2천 배나 높았다. 따라서 이 분자의 투여로 정상세포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대장암, 백혈병, 간암, 피부암 같은 일부 암세포는 이상하게도 정상세포보다 프로카스파제-3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구팀은 이어 프로카스파제-3이 정상세포보다 5배 많은 인간 신장암과 폐암세포를 주입한 쥐들에 이 분자를 투여한 결과 2개월 후 종양이 크게 줄어든 반면 이 분자가 투여되지 않은 대조군 쥐들은 종양이 크게 확산되었다.
특히 이 분자가 주입된 폐암 쥐들은 종양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 분자를 경구로 투여했을 때도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이는 이 분자를 투여가 편리한 알약으로 개발하는 것이 가능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허겐로서 박사는 앞으로 동물실험을 더 거쳐 안전성과 적정투여량을 확인한 뒤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임상시험의 1차 표적은 대장암과 폐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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