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도박의 바다

로또 복권은 지난 2002년 12월 처음 발매됐다. 전국을 뒤덮은 홍보 카피는 '인생 역전'이었다. 한방에 바닥 인생이 초호화 귀족 인생으로 바뀌어질 수 있다는 솔깃함이 사람들을 사행심의 바다에 뛰어들게 했다. 누적 당첨금 수백억 원이 됐을 때 엄청난 광풍이 몰아쳤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전 국민이 '싼값'에 어디서나 '로또하자'고 나서게 한 로또는 우리나라 사행성 산업의 분기점으로 기록될 만하다.

○…로또 복권이 나온 2002년 성인오락실에 문화상품권이 등장했다. 경품으로 시작된 문화상품권은 오락실 자체의 교묘한 운영 기법에다 당국의 제도적 손질을 거치면서 진화를 거듭, '도박용 칩'으로 발전했다. 오늘날 '바다이야기'가 태풍이 된 원동력이다. 2002년은 수년간 소규모로 운영되던 강원랜드 카지노장이 완공돼 대형화한 해이기도 하고, 경마'경륜에 이어 경정이 문을 연 해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국민은 2002년을 월드컵의 해로 떠올리지만 사실상 한국 도박산업의 '총체적 도약기'라 이름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고스톱'골프'당구 등 사적 '내기'와 함께 무수한 공인 도박장이 어우러져 도박공화국의 기반을 마련한 해였다. 그 해는 또 미군 장갑차에 여중생이 치여 숨지는 사건과, 이를 기화로 일어난 촛불집회와 암울한 상황들이 월드컵의 국민적 엔도르핀을 단숨에 숨지게 하면서 대통령 선거전까지 몰아간 해였다.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그 해 12월 19일 대통령에 당선됐다. 감히 로또 복권에 비할 수 없는 엄청난 '인생 역전'을 이루었다. 노사모와 회장 명계남 씨의 열혈적인 선거 전술이 일조를 했다. 그렇게 취임한 노 대통령 시대에 게임장은 '바다이야기'를 시작으로 전국을 도박장으로 만드는 데 시동이 걸렸고, 파생된 유언비어의 핵심에 명계남 씨가 떠다녔다.

○…명 씨는 '바다이야기'가 태풍으로 발전하던 이달 중순, '바다이야기' 연루설에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주성영 의원을 유언비어의 단초를 제공한 사람으로, 대구를 유언비어의 진원지로 의심했다. 명 씨는 최근 한 인터넷 홈페이지에 다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저들의 작태가 스러져가던 저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야 말았다"며 "천천히 또박또박 악랄하게 갈 것"이라고 했다. '바다이야기' 수사 결과가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다.

김재열 논설위원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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