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총리 사과, 문책·진상 규명 이어져야

한명숙 국무총리가 오늘 '바다이야기'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사행성 게임을 난잡하게 풀어 전국을 도박장화하고 서민들 피눈물을 흘리게 한 정부치고는, 한참이나 굼뜬 사과다. 이로써 정부는 홀가분해졌다고 생각하면 誤算(오산)이다. 정책 실패를 자인한 만큼 마땅히 거기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시간 끌 것도 없이 정부 구석구석 책임 소재를 파악해 국민이 납득할 조치를 취하라는 얘기다. 청와대가 대통령 사과를 거부하며 先(선) 진상 규명을 고집하는 것처럼 미적거린다고 해서 사태의 본질이 달라질 게 없는 것이다.

한 총리의 사과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모들의 태도와 대조적이어서 呼訴力(호소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들은 아직도 '주변 연루'의 유무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대통령은 며칠 전 '바다이야기' 사태와 관련해 "도둑 맞으려니까 개도 안 짖는다. (이 사태가) 청와대 안으로 들어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 말했다. 그동안 사행성 오락게임의 심각성을 몰랐으며, 청와대는 깨끗하다는 취지인 것이다. 이병완 비서실장은 엉뚱하게 이번 사태를 진작에 警告(경고)하지 않았다며 언론까지 물고 늘어졌다. 모두 사실 관계조차 맞지 않는 책임 회피식 주장이다.

이미 국정원은 2년 전에 '바다이야기' 징후를 포착해 지난해 보고서를 총리실과 문화부에 배포했으며, 총리실은 관련 기관이 참여한 대책반을 운영해 왔다. 이처럼 '바다이야기'는 정부의 주요 현안이었는데 대통령은 몰랐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거기다가 그렇게 어두운 대통령이 언제 상황 파악을 다 했다고 지금은 '청와대는 문제 없다'는 豫斷(예단)을 내리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한 총리의 사과는 추상 같은 진상 규명과 엄중한 정부 문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만에 하나 사태를 분칠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정권이 가장 우려하는 레임덕을 재촉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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