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노총 ILO 총회서 전격철수 '국제망신'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을 둘러싼 노정 간 갈등으로 한국노총이 30일 제14차 국제노동기구(ILO) 아시아태평양 총회에서 전격 철수를 발표하면서 우리 정부와 노동계가 또 다시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에도 노정 갈등으로 ILO 아태총회 개최에 차질을 빚어 국제 노동계에서 망신을 당한 바 있다.

이번 아태총회는 당초 작년 10월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이 비정규직법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개최 시기가 올해로 연기됐다.

정부는 그동안 ILO 아태사무소가 있는 태국 방콕에서만 열렸던 아태총회를 국내에 유치함으로써 국제 노동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홍보해왔으나 한국노총의 철수로 총회 초반부터 머쓱해졌다. 또 각종 노동현안을 사회적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내지 못하고 파업, 행사장 철수 등 실력 행사로만 해결하려는 우리 노동계의 후진적인 모습도 국제사회에 또 한번 드러낸 셈이 됐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정부와 한국노총 모두가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태는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논의가 진행 중인 노사관계 로드맵의 일부 내용을이날 공개하면서 로드맵 입법예고 강행 방침을 시사하면서 빚어졌다.

로드맵 입법예고 강행 방침은 이미 공개된 상황이어서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장관이 '막후 협상' 내용을 일부 공개한 것은 협상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ILO 아태총회의 주최자 중 하나인 한국노총도 손님(국제 노동계 인사)을 남겨놓고 감정적으로 돌출 행동을 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용득 위원장은 국내 노동계의 수석대표로 역할을 수행하던 중이어서 ILO 폐막일인 9월1일까지 우리나라는 노동계 수석대표 없이 남은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게 됐다.

아울러 9월2일로 예정된 제10차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로드맵에 대한 노사정 간 이견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한국노총이 국제회의 중 철수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대화와 타협보다는 실력 행사로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려는 이런 행태가 지속된다면 국제 신인도 하락은 물론 한국 경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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