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준호 감독 "'안된다'는 시선이 날 자극"

"지금까지 세 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한번도 축복받으며 준비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안된다'는 식의 반응이 오히려 저를 자극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영화 최고 흥행 기록사를 며칠 내로 갈아치울 예정인 영화 '괴물'의 봉준호 감독이 관객과 만나 '괴물'과 자신의 영화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나갔다.

봉감독은 '괴물'의 관객 1천만 명 돌파를 기념해 30일 오후 7시40분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500여명의 관객과 만났다. 그는 연세대 사회학과 88학번 출신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괴물' 관객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들을 키워드로 '괴물'의 전반적인 제작과정을 설명했으며, '플란다스의 개'와 '살인의 추억'을 거쳐 '괴물'이 나오기까지의 영화 인생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93년도에 복학생이었는데 당시 '서편제'가 대히트해 임권택 감독님이 대강당에서 특강을 하시게 됐다. 어떻게 하면 감독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절이었는데, 전설적인 임 감독님을 실제로 뵐 수 있는 찬스를 만나 대강당으로 달려가던 기억이 오늘 문득 떠오른다"고 말문을 연 봉감독은 "여러분 중에서도 감독을 꿈꾸는 사람들 있을 듯 한데, 13년 전에는 나도 여러분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며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봉감독은 "'괴물'과 관련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현서(고아성 분)가 살아있냐 죽었냐'는 것"이라며 "안타깝게도 현서는 죽은 것이 맞다"고 말했다.

"사실 현서가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현서의 죽음이 안타깝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이러한 설정은 시나리오 쓸 때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부분입니다. 그에 대한 갈등이나 딜레마는 없었습니다. 현서의 죽음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희생입니다. 그것은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이어 봉감독은 속편 제작에 관한 궁금증과 괴물 CG 작업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괴물' 속편은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괴물'의 속편이나 리메이크를 연출하고픈 생각은 없다"면서 "물론 '괴물'이 시리즈가 되는 것은 좋다. '에이리언'처럼 각기 다른 감독들이 2편, 3편을 연출하며 좋은 시리즈로 발전하는 것은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봉감독은 "'플란다스의 개'는 9억5천만 원, '살인의 추억'은 35억 원의 순제작비가 들었다. 그에 비해 '괴물'은 110억 원이 들었는데, 오히려 이 영화가 가장 저예산 영화였다. 영화가 해내야하는 것에 비해서 그랬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고 했듯, 상황에 신경질내고 화를 내면 될 일도 안되고 혼자 방바닥을 구르다 죽을 것 같아 어느 시점에 생각을 바꿨다. 제작상의 제약 때문에 대안으로 내세운 장면들이 오히려 더 재미있는 장면들로 태어났고 그 과정이 결과적으로는 제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껏 축복받으며 영화를 준비해본 적이 없다. 매번 아이템을 내면 '안된다'는 말이나 각종 '저주'를 들었다"며 웃은 그는 "그런데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서인지 그런 얘기를 들을 수록 오기가 생겨 더 독하게 하려했다"고 말했다.

"사실 그런 식의 반응이 오히려 나를 자극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심정적으로 뿐 아니라 논리적으로도 생각하게 만들죠. 사람들의 편견과 우려를 어떻게 피하고 깰 수 있을 지 생각하게 됩니다. 겨우 세 편밖에 아직 영화를 못 찍었지만 그런 식으로 지적 받는 것을 좋게 생각해야할 것 같아요. 하지만 다음 작품은 좀 축복 받으며 만들고 싶네요.(웃음)"

봉감독은 마지막으로 "인생에서 찾고 있는 것이 있냐"는 질문에 "걸작을 찾고 있다. 단 한 편이라도 걸작을 남기고 싶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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