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찰 게임비리 산더미 압수물에 '진땀'

사행성 게임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등에 대한 사상 초유의 대규모 압수수색으로 거둬들인 대량의 압수물 상자들을 분석하느라 연일 진땀을 빼고 있다.

검찰이 이달 24일 전례없이 많은 230여명의 수사요원들을 급파해 상품권 업체 1 9곳을 압수수색한 이후 사건 관련자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지를 추가로 뒤져 확보한 압수물 분량은 무려 400여 상자에 이른다.

엄청난 양의 '범죄 물증'은 기존 증거물 보관소를 꽉 채우고도 남아 검찰청사 내 빈 사무실에 쌓아두고 있는 데 수사가 진행될수록 압수물 보관 장소는 포화상태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압수물 분석을 통해 범죄 단서를 찾아야 하는 수사팀으로서는 어디에서 손을 대야할지 몰라 한동안 전전긍긍했다.

상품권 업체 선정과 사행성 게임기 허가 과정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가 정상명 검찰총장의 결단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져 속전속결식 압수수색에는 성공했으나 특수수사의 기본인 정치한 형태의 로드맵은 미처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전국토를 도박장으로 만든 원인을 가려내고 추악한 비리 행각에 연루된 인물들을 남김없이 색출해 엄단하기를 갈망하는 국민적 기대가 커질수록 검찰의 속가슴은 더욱 심하게 타들어갔다. 검찰은 제한된 시간 안에 산더미같은 압수물 더미를 일일이 파헤친다면 모래 속에서 바늘을 찾는 만큼 힘들다고 판단해 고민 끝에 핀포인트(Pin Point) 분석전략을선택했다. 상당량의 상자들은 손도 못 댄 채 쌓아 두더라도 '로비 냄새'가 짙은 업체나 수사 대상자로부터 확보한 압수물 상자를 먼저 열어보는 '선택과 집중' 방식인 셈이다.

검찰이 상품권 업체 지정 로비 의혹의 핵심인물로 떠오른 김용환씨가 대표로 있는 안다미로와 청와대 행정관의 지분 참여 회사인 코윈솔루션 등 상품권 업체 6곳에서 찾아낸 압수물들을 먼저 분석한 것은 핀포인트 전략의 일환이다. '분석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압수 대상업체 관계자를 직접 보관 장소로 불러 압수품들이 어디에 쓰인 자료인지 등을 물어보는 방편도 활용되고 있다.

일례로 수사팀은 최근 코윈솔루션 공동대표인 최모(45.여)씨를 검찰청사로 데려와 압수물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했다.

검찰은 이러한 방식으로 압수물 분석작업의 속도를 높이다가 특정 업체나 인물에게 범죄 단서가 나오면 곧바로 관련자 소환조사나 신병처리에 착수할 계획이다.

미군이 이라크 공격 당시 핵심 목표물만 딱딱 집어서 그것만 폭격해 큰 성과를 거둔 군사전략을 연상케 하는 검찰의 이번 핀포인트 전략이 비리 인사들을 일소해야한다는 국민적 바람을 얼마나 충족시킬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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