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도 체벌 할 말 많습니다"…하소연

교사들 "체벌행위만 비난 답답"…학부모도 '문제'

지난 29일 오후 8시 대구 북구의 한 고교. 자율학습이 한창인 시각이지만 감독 교사의 눈치를 보는 학생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2, 3명의 교사들이 교대로 복도를 오가며 학습분위기를 유도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들의 할일에만 몰두할 뿐, 별로 신경을 두지 않는 눈치였다.

교무실에서 만난 교사들은 최근 잇따라 불거진 체벌 사태를 두고 "적절한 체벌은 일선 교육 현장에서 빼놓기 힘들지만 '적절'이라는 게 애매하다."며 답답해 했다.

이 학교 3학년 담임인 최모(33) 교사는 "왜 체벌을 했느냐는 것보다 무엇으로 몇 대를 때렸느냐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교사, 학생간에 신뢰를 바탕으로 적절한 상벌을 내리게 되면 학생들 사이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라 불거진 과잉체벌 사태로 인해 교단이 답답해 하고 있다. 학생들을 지도, 통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데도 체벌 행위 자체만 비난하는 여론이 부담스럽다는 것.

때문에 교육 일선에서는 '학생들을 바르게 인도하려는 열정이 오히려 화를 부른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아예 학생들의 인성 지도를 포기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같은 시각 대구 수성구 한 고교. 학교 운동장에는 한 반 학생 전체가 운동장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자율학습 시간인데도 학습 분위기를 제대로 잡지 않았다는 게 이유. 이 학교 교사들은 최근 체벌과 관련한 비판 여론에 서운한 감정을 전했다.

체벌 사태가 불거지면 '왜 때렸을까.'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은 채 교사 욕부터 한다는 것. 아이들이 휴대전화 동영상이나 카메라로 체벌 장면을 찍은 뒤 인터넷에 유포하는 통에 아예 학생 지도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이 학교 교감(58)은 "일선 학교에선 심지어 학생이 여교사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하지만 마땅히 지도할 방법이 없다."며 "이런 학생들의 지도를 위해 학교 봉사활동이나 반성문 쓰기를 시키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 학교 3학년 학생부장(49)은 "자유분방하고 개인주의적인 요즘 학생들을 제도권 교육의 틀에 맞추기는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행여 젊은 교사들이 열의를 갖고 학생들을 벌 주거나 생활지도를 시도하면 오히려 다른 교사들이 말리는 형편"이라고 했다.

내 자식만 귀하다는 부모들의 잘못된 관심이 인성 교육을 더욱 힘들게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대구 중구 한 고교의 이모(55) 교사는 "교직 생활 30년만에 요즘처럼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불안한 적은 처음"이라며 가정에서도 통제 불능인 아이들을 학교에만 보내면 끝이라는 학부모들의 생각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서 대학원을 나왔다는 이모(35.여) 교사는 "자유 방임적인 교육을 하는 외국에서도 예의범절, 질서 등 사회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경우 1차적으로 가정에서 엄격히 통제한다."며 "결국 잘못된 가정교육이 학교 교육의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잉 체벌논란이 교사 개인의 잘못이 아닌, 학교와 학생·교사·학부모 사이에 만연한 교육 불신 때문이라는 의견도 쏟아졌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드러낸 상태에서는 체벌로 인한 사고가 빈번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대구 수성구 한 고등학교 여모(42) 교사는 "교육효과에 대한 불신이 강하고 교사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교사와 학생 모두 체벌에 예민해져 있다."며 "부담을 느낀 교사와 반항적인 학생들의 교착점이 바로 과격한 체벌인데 이의 해결을 위해선 우선 교권 회복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교사들은 "어떤 학부모들은 학원 강사에게는 '아이들을 모질게 대하라.체벌해서라도 잘 가르쳐달라.'고 요구하지만 정작 학교에서 교사가 손을 대면 입장이 달라진다."고 한탄했다.

장성현·김태진·임상준·정현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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