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로 온 나라가 도박의 바다에 빠져 난리를 치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위험한 도박이 벌어지고 있다. 戰時(전시) 作戰統制權(작전통제권) 환수 논란이 그것이다. 국가 安保(안보)가 걸린 도박이다. 확대해서 멀리 보면 민족의 흥망까지 걸린 무서운 도박이다.
우리 전쟁의 지휘권을 남에게 줘서야 자주 국가라 할 수 있느냐는 대통령을 비롯한 참여정부의 논리는 일단 名分(명분)을 가진다. 전후 사정은 생략하고 피해의식을 조장해서 국민의 피를 끓게 할 수도 있는 말이다.
그러나 안보는 명분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還收(환수)냐 단독행사냐, 또는 보수'진보, 남북 간 군사력 우열 등 갖가지 논란과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핵심은 국가 안보다. 우리 안보의 근간은 韓美(한미) 동맹에 있다. 미군이 있었기에 그동안 무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면 비웃는 게 고상해 보일지라도, 사실은 사실이다.
분명히 작통권 환수만으로도 주한미군의 역할과 한국 방위에 대한 열의를 감퇴시키고 유사시 미국의 증원군 파견을 주저하게 만들 소지는 충분히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작통권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미 同盟(동맹)의 균열에 있다. 이것이 도박이다.
참여정부의 난삽한 대미'대북 정책으로 한미 관계는 해방 이후 最惡(최악)의 상태에 놓였고, 한미 관계는 현재 이상으로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미국 조야의 일반적 전망이다.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와 한미 동맹의 사실상 붕괴 우려도 전혀 터무니없는 일이 아니다.
정부 또는 자주론자들은, 미국은 급속히 성장한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해 전략적 가치가 큰 한반도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미군 철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가라 해도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배짱 좋은 논리다. 그러나 예상치 않게 미국은 작통권으로 시끄럽게 굴지 말고 빨리 가져가라고 나왔다. 자국의 이해와 맞물려 미군이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특별한 동맹국이다. 막대한 원조와 수많은 목숨을 바쳐 한국을 공산 침략으로부터 지켜냈고,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한국에 민주주의를 심었다. 그래서 미국에게 한국은 동남아'아프리카 우호국들과는 다른 각별함이 있다. 동맹은 영원할 수 없지만 양국의 민중에 뿌리내린 독특한 애정과 지지는 동맹보다 오래갈 수 있다. 이것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의 변심보다 6'25에 참전한 텍사스'애리조나 촌부들의 배신감이 전미 민중들에 확산될 때 미국은 한국의 인권을 포기하지 말란 법이 없다. 민심은 부시보다 더 강경한 대통령을 선택할 수도 있다. 제2의 애치슨라인이나 태프트-가스라 밀약도 얼마든지 다시 나올 수 있고, 남북한을 한통속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전략을 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자주 국방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변하지만, 국민 경제를 도탄에 빠뜨린 얼치기 급진주의자가 담보할 말은 아니다. 지구상에 완전한 자주 국방을 실현한 나라가 있는가. 초강국 미국이 나토를 비롯한 수많은 나라와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혼자 힘으로는 나라를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 기대겠다는 기대 또한 거지 같은 기대이다. 역사적으로 中原(중원)의 覇者(패자)는 동북의 귀찮은 꼬리뼈 같은 한반도를 복속시키려는 야심을 버린 적이 없다. 東北工程(동북공정)도 그런 맥락에 있다. 일본은 만만한가. 고이즈미를 규탄하지만 일본인이 고이즈미보다 더 好戰(호전)적인 지도자를 선택, 대륙 진출을 다시 기도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중'일'러시아가 한반도의 통일을 원치 않겠지만, 행여나 통일까진 허용할지라도 강대국이 되는 것을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김일성은 남북대화 초기, 한반도 미군 주둔을 인정했다.
안보는 만에 하나를 대비하는 것이다. 전쟁 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먼저다. 전쟁을 봉쇄하는 引繼鐵線(인계철선)을 스스로 걷어내는 어리석은 반역자가 될 것인가. 미구에 황야에 헤매게 할 수도 있는 도박은 너무 큰 도박이다.
김재열 논설위원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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