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파이넥스 3차 설비공사를 서희건설에 맡긴 것은 일단 그동안 포스코건설에만 발주해 오던 시스템의 다변화를 위한 실험으로 분석된다. 포스코는 매년 반복되는 건설노조 파업에 대한 대비책을 다각적으로 연구했는데 이번 서희건설 공사 계약은 관행 변화의 첫 단추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포스코 기계 설비공사는 사실상 전문성을 요한다. 따라서 포스코는 자회사로서 그동안 창사 이래 줄곧 공사를 해와 노하우를 갖고 있는 포스코건설에 공사를 맡겨 왔다. 그러나 미래 역점사업으로 추진중인 파이넥스 준공을 앞두고 건설노조가 파업에 돌입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자 다소의 '위험성'을 안고서도 용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서희건설은 현재 동양종합건설과 함께 포스코의 토목 건축 개수공사를 해 와 어느 정도의 노하우는 갖고 있다.
포스코 창사이래 외부 업체로는 처음으로 설비공사를 맡게 된 서희건설이 포스코의 기대에 부응할 만큼 공사를 깔끔히 마무리하면 앞으로 포스코 발주 공사의 경우 1군 건설업체들에게 입찰이라는 방법을 통해 발주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포스코건설도 이들 1군 건설업체들과의 치열한 수주경쟁이 불가피하다. 연간 평균 1조 원 규모의 공사를 발주하고 있는 포스코가 31일 서희건설과 공사 수주계약을 맺자 대형건설업체들이 일제히 환영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포스코가 이같이 변화를 모색하고 나선 것은 매년 건설노조 파업으로 입고 있는 직접적 피해는 물론 대외이미지 추락 등 간접적인 피해를 차단을 위한 고육책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수주경쟁을 통해 대형건설업체들이 참여하면 공사를 직영하게 되고 이 경우 비노조원들을 고용해 시공하게 된다. 현재 포스코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근로자들만도 포항에만 수천명이나 돼 현재 파업을 벌이고 있는 포항지역건설노조의 입지가 위태로워 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것은 더 이상 건설노조에 이끌려가지 않겠다는 포스코의 바람이기도 하다.
포항의 지역 중소 건설업체들도 이번 서희건설 수주를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대형 플랜트 설비공사가 경쟁시스템으로 나가면 그 이하의 작은 공사는 당연히 지역업체들에게 경쟁을 통해 돌아올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 포스코는 그동안 소규모 토목건축공사까지 포스코건설을 통해 발주했고, 포스코건설은 회사에 등록된 70여개 업체들에게 하청를 주었다. 이 과정에서 포항지역건설노조가 만들어졌고, 업체수가 너무 많다보니 일일이 노사협상을 할 수가 없어 대표권을 위임받은 포항전문건설협의회가 구성돼 매년 노조와 임금 협상을 해왔다. 그러나 노무공급 독점권을 가진 노조와 사용자는 늘 충돌했고, 올해와 같은 파업은 연례행사가 된지 오래다.
만약 포스코가 일정 규모까지의 공사를 공개경쟁 방법으로 발주하면 노조는 사실상 설 땅이 없게 된다. 지역업체들로서도 포스코 또는 포스코건설 등록업체가 되기 위해 가슴을 졸이지 않아도 된다.
특히 경쟁시스템 도입시 일부 업체들이 공사를 사실상 독식해 왔던 부분도 사라질 것으로 보여 상당수 지역업체들은 앞으로 포스코가 어떤 후속 움직임을 보일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이러한 부분은 포스코가 원하는 부분이지만 포항지역건설노조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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