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엔 사무총장 선거 올인 위한 포기"

"어렵게 내린 결정이지만 현실을 감안할 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2007~2008년 2년 임기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진출 시기를 연기하기로 결정한 31일 정부 당국자는 '현실적인 선택'임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결정이 내려진 만큼 우리의 목표 달성을 위해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올인' =이번 결정은 유엔 사무총장 선거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동시에 추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 아래 사무총장 선거에 전력을 기울이자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유엔 사무총장과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이 갖는 외교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지난해 말 반기문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출마가 정부 차원에서 결정된 시점부터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쫓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시각이 없지 않았다. 사무총장 출마와 비상임이사국 진출의 비중을 감안할 때 둘을 한꺼번에 추진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외교역량 분산의 문제가 있고 국제사회에서도 '과욕'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고민 끝에 비상임 이사국 진출 도전을 연기하기로 한 것은 유엔 사무총장직의 중요성과 우리 국익에의 기여 외에 사무총장 당선 가능성을 감안해서도 '올인' 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의 경우 추후 시기를 조정해 다시 도전할 수 있지만 유엔 사무총장의 경우 대륙별 순환의 관행에 따라 40여 년 만에 아시아에 기회가 온 점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또 반 장관이 지난 7월 말 1차 예비투표에서 후보 중 1위를 차지한 점 등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 아세안과의 관계도 고려 =이와 함께 현재 유엔 사무총장 경쟁에서 반 장관이 태국의 수라키앗 부총리와 경쟁하고 있고 비상임 이사국 자리를 놓고 인도네시아와 경합함으로써 아세안과의 '경쟁전선'이 두 곳에서 형성돼 우리 외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인도네시아가 비동맹 세력의 '맹주'라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유엔 인권이사회 초대 이사국 선거에서 인도네시아는 우리보다 1표 많은 185표를 얻은 데서 보듯 비상임 이사국 선거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편 이번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에서 한때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고 치열한 토론 끝에 결정이 내려진 뒤에는 모두 '외교부의 단일의견'으로 입장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국자는 "반 장관이 간부회의에서 내부 단합을 다진 것이 주효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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