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신화추적자

신화추적자/마이클 우드 지음, 최애리 옮김/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신화는 현실과 닮아있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신화에 집착하고 신화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애쓴다. 신화는 이렇게 문자로 기록되기 이전의 역사를 담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기억이며 고대인의 삶과 세계관을 보여주는 가장 훌륭한 상징이다.

'신화추적자'는 신화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지은이는 영국 왕립역사학회 회원이자 BBC 역사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로, 샹그리라, 아르고호 원정대, 시바의 여왕, 아더왕 이야기 등 네 차례 신화 탐사를 떠난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신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직접 찾아가 구비전승되는 이야기를 채록하고 고문서와 발굴 자료를 샅샅이 뒤지며 신화 속에 숨겨진 역사적 단초들을 파헤친다.

먼저 저자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시바의 여왕' 이야기를 따라간다. "...시바의 여왕이 솔로몬 왕에게 바친 것처럼 그렇게 많은 향료가 온 적이 없더라"는 성경 문구를 근거로 시바의 여왕에 대한 신화를 탐구한다. 이 전설이 흥미로운 점은 많은 역사적 사실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 이야기 속에는 향료와 철기시대 항해술에 얽힌 역사가 담겨있다. 여왕이 솔로몬에게 최고급 향료를 비롯한 사치품들을 바쳤다는 것은 BC 1천년 이후의 세계가 원거리 교역을 시작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 사실을 밝히기 위해 예루살렘의 성지에서 에티오피아, 시리아, 아라비아의 사막에 이르기까지 시바의 여왕이 솔로몬을 찾아갔던 향료길을 탐사한다. 또 성경과 코란은 물론 아라비아 반도에 널리 퍼져 있는 시바 여왕에 관한 전설을 채록한다. 그 결과 시바의 여인에 관한 두 가지 상반된 이미지를 발견하게 된다. 검은 피부를 가진 이국적인 여성인 그녀는 순결하고 지혜로운 환상의 연인으로 그려진 반면 발굽이 갈라진 발과 털 많은 다리를 지녔다는 전설에선 악녀이자 검은 마녀로 그려진다.

또 하나 우리에게 유명한 아더왕 이야기. 이것 역시 오랜 세월에 걸쳐 생겨난 이야기로, 초기 사회의 역사 및 신앙이 깔려있다.

아더왕 이야기는 켈트족이 '브리튼 설화'라 부르는 옛 시가(詩歌)들과 연관있다. 9세기 씌여진 '브리튼족의 역사'에서 아더는 영웅적인 그리스도교 전사로 그려진다. 그러나 브리튼 섬이 잉글랜드로 바뀌면서 시대는 새로운 영웅을 요구하게 된다. 민중의 영웅으로 급격히 성장하는 아더 왕의 인기를 잠재우기 위해 영국 왕실은 아더 왕의 무덤 발굴을 발표한다. '한때의 왕이자 장차의 왕'이란 묘비명처럼 아더는 프랑스로 건너가 성배와 관련된 이야기로 되살아난다. 열두 차례의 전투에서부터 원탁의 기사들, 성배의 전설 등이 더해져 아더왕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신화가 어떻게 오늘날까지 전해지는지 그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야기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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