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는 이제 더 이상 독주(毒酒)가 아니다. 지난달 진로에서 알코올 도수 19.8도인 '참이슬 fresh'를 내놓으면서 '20도 소주 시대'마저 무너졌다. 올해 초부터 소주업체들이 잇따라 20도 소주를 출시하면서 불거진 순한 소주 경쟁이 속도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소주 업체들은 왜 알코올 도수를 계속 내리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들의 패턴이 순한 술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진로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기호가 점점 쓰지 않으면서 순하고 부드러운 술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보니 업체들로선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는 것. 과거 한 때는 소주라는 것이 독한 술로 여겨져 대학생이나 여성층에게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이정욱(31·대구시 수성구 수성1가)씨는 "내가 1학년 때만 해도 많은 대학생들이 막걸리를 마시거나 조금 여유가 있으면 맥주를 즐겨 마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맥주와 함께 소주를 주로 마신다는 것. 이렇듯 최근엔 순한 소주가 대세를 이루면서 소주를 애용하는 연령층이 다양해져 상대적으로 소주와 친하지 않던 대학생과 여성들까지 소주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한마디로 범국민적인 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업체들은 당분간은 19.5~20도 사이에서 소주의 도수가 고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소주가 싱거워졌다는 평가가 있는데다 너무 순해지면 소주 고유의 맛을 잃어 자칫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주 업체들 가운데 20도 소주를 가장 늦게 내놓은 금복주 관계자는 "무조건 도수를 내린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고 전제하면서 "당분간 시장의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업체들은 장기적으로 18~19도가 소주의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점쳤다.
소주가 순해지면 소비량은 어떨까. 일단 어느 정도 연관성은 있는 듯 보인다. 올해 초 각 업체들이 20도 소주를 내놓으면서 소비량이 조금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주류공업협회는 상반기 소주 판매량이 5336만8천 상자로 작년 동기보다 5.7%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소주가 순해졌기 때문에 소비량이 늘었다고 단순화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업체들의 판단이다. 진로 관계자는 "도수를 낮추면 2, 3개월간 일시적으로 매출이 늘지만 그 이후엔 과거와 비슷해진다."고 분석했다. 결국 소주 판매량 증가는 도수 뿐 아니라 경기 불황과 계절적인 요인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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