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웃겨봐요! 행복해요!…시대의 경쟁력 '코믹'

우스운 사람이 아니라 웃긴 사람. 시대의 화두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말, 표정, 행동 하나로 여러 사람을 웃게 할 수 있다면 능력있는 것. 처음 만난 사람도 웃음으로 인해 긴장이나 경계심이 사라지면서 라포르(Rapport.서로 맘을 터놓게 되는 상태)가 형성되기 때문. 특히 모임에서 특별한 웃음을 선사하는 이들은 개그맨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 이들을 만나 나름의 노하우를 엿봤다.

#1.웃겨야 행복한 유지윤 씨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 개그콘서트(개콘) 등을 즐겨보며 유행에 맞는 재밌는 멘트나 행동을 연구하는 유지윤(32.대구체육고등학교 권투코치) 씨.

지난 28일 북구 한 노래방 열체모(열정적으로 체육을 사랑하는 이들의 모임) 모임. 조용히 앉아있던 유 씨가 자기 순서가 돌아오자 가방에서 만화같은 두건을 둘러쓰고 인순이의 '밤이면 밤마다'를 신청했다.

연예인 싸이를 연상시키는 그의 코믹댄스는 그칠 줄 몰랐다. 처음엔 약간 당혹스럽지만 그저 즐거운 유 씨. 노래가 절정에 달할 무렵 웃옷을 벗어던졌다. '앗! 망사!'. 보기도 민망스러울 정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까르르' 자지러진다.

국가대표 출신인 유 씨는 넘치는 에너지와 끼를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는데 바치고 싶다. 잠시 망가지거나 민망한 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좌중의 한바탕 웃음이 최종목적이기 때문.

행동 역시 괴짜일 때가 많다. 대학시절 웃지못할 영웅담이 압권. 술을 한 잔 마신뒤 무도회장을 갔을 때 집단 시비가 붙었는데 상대는 유도부. 권투부가 상대적으로 밀리고 있는데 유 씨가 갑자기 옆 오토바이에 있는 헬맷을 쓰고 나타나 여기저기 다니며 쨉, 스트레이트 등을 날리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너무 우스워 더 이상 싸움이 되지 못했던 일화. 이 사건 이후로 그는 '헬맷'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활동적인 그는 사회생활을 하며 모임을 7개나 갖고 있다. 회식, 노래방 등에서 분위기 메이크 역할은 언제나 그의 몫. 유 씨는 저녁 모임이 있을 때면 늘 고민한다. '오늘은 또 어떻게 말을 하고 어떤 댄스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까?'

#2.웃음폭탄 가장 김치주 씨

개그맨 김제동만큼 뜨지는 못했지만 그보다 더 행복한 코믹맨이 있다. 사랑스런 딸 건비(7) 양과 아내 이현주(34) 씨에게 행복함을 전해주는 웃음폭탄 가장 김치주(36.21세기 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씨.

딸과 함께 추는 코믹댄스는 누구도 상상하기 힘들 정도. 부녀가 흔들어대는 각종 막춤, 동요춤은 무아의 경지로 빠져드는 것. 깔깔마녀, 깨비 등 성대모사는 생활 개그일 정도. 동화책을 읽을 때도 감정이입이 너무 돼 마치 연기를 하는 듯 하다.

아내에게는 웃음 뿐 아니라 감동이 있는 이벤트도 준비한다. 대표적 사례가 생일 이벤트. 3년 전 그는 아내의 생일에 맞춰 아침 일찍 반대편 아파트 옥상에서 '건비 엄마! 생일 축하해!'라는 현수막을 걸어놓았다. 아내가 깨어났을 때 능청스럽게 '공기가 시원하네!'라며 현수막을 볼 수 있는 창가로 유도했다. 감동도 이런 감동은 없었다. '대성공!'. 그는 "이런 이벤트는 1년간 집안을 평화롭게 한다."고 뿌듯하게 말했다.

김 씨는 어떻게 웃길 지 준비하지 않지만 늘 준비돼 있는 것이 코믹의 비결. 모임이든 이벤트든 그곳 분위기에 맞도록 적절한 유머를 구사하고 다같이 유쾌할 수 있는 말을 내뱉는다.

좌절할 때도 많았다. 특히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이벤트에서 10명도 안되는 관중을 상대로 아무리 최선을 다해 웃겨도 무반응인 경우 '울고 싶다'. 5년 전 그는 대구백화점 분수광장 앞에서 매일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어떤 날은 관중 2명만 모셔놓고 혼자 노래부르고 춤추고 온갖 재롱을 다 부린 아픈 기억도 있다고 털어놨다.

유쾌, 상쾌, 통쾌한 유머를 구사하는 그는 이런 무반응의 역경을 딛고 당당히 일어섰다. 7년 전 시작한 21세기 커뮤니케이션즈는 직원이 7명일 정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전국 홈플러스 오픈행사 진행을 김 씨가 독점하고 있다. 한 달에 행사진행만 10~15건 정도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건 바로 감출 수 없는 코믹의 피 때문이 아닐까?'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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