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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에 대한 4가지 진실'…봉준호 감독 관객과의 대화

다같이 1천만 금자탑을 세웠지만 '괴물'은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와 한 가지 점에서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영화의 각종 은유와 기술적 부분에 대한 관객의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궁금증의 일부를 봉준호 감독이 직접 나서 해소해줬다. 봉 감독은 30일 연세대에서 열린 '괴물' 관객과의 대화의 시간에서 '괴물'에 관해 가장 많이 받는 네 가지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다음은 그의 답변 요약.

◇"현서는 죽었다"=안타깝게도 현서는 죽은 것이 맞다. 사실 그것을 모르는 분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질문은 그만큼 현서의 죽음이 안타깝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현서의 죽음은 시나리오 쓸 때 처음부터 상정돼 있던 부분이다. 그에 대한 딜레마나 갈등은 없었다. 재미있었던 반응 가운데 하나를 소개하겠다. 일본 쪽 투자를 받기 위해 시나리오가 일어로 번역돼 유니버설 재팬인가 소니 재팬에 건네졌는데, 현서 죽는 것에 대해 그쪽 간부가 문제를 제기했다. 예산이 꽤 들어간 상업영화에서 아이를 죽이면 어떡하냐는 것이었다. 그는 현서를 살려내는 대신 강두(송강호 분)가 장렬하게 죽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게 무슨 '아마게돈'인 줄 아나'라는 생각에 "송강호는 브루스 윌리스가 아니다"라고 얘기했다.

◇"속편은 안 만든다"=관객의 지적을 받고 영화를 보니 괴물이 죽을 당시 화면이 뿌옇기 때문에 물고기가 등이 아닌 입에서 튀어나왔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물고기는 괴물의 등짝에서 튀어나온 것이다. 괴물이 불에 탈 때 그 물고기들이 뻥 튕겨나오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를 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라스트 신에 강두가 매점에 앉아 눈 오는 밖을 향해 총을 겨눈 것 역시 속편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고 하는데, 아니다. 초반에 강두가 침 흘리고 자고 있고 강두 아버지(변희봉)가 깨 있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는 세주가 자고 있고 강두가 깨 있는 것이다.

◇" '괴물'은 저예산영화"=괴물이 불타는 신이 '허접하다' '구리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어쨌든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것은 사실인 듯하다. 현 수준의 컴퓨터그래픽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영역들이 몇 가지 있는데 물이나 불 등이 그렇다. 그래서 더욱 공을 들여야 하는데 제작기간에 압박이 있었다.

후반작업 시간을 충분히 벌기 위해서는 사실 그 장면을 촬영 초반에 찍었어야 했다. 그런데 그게 나나 배우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이다. 가장 중요한 클라이막스를 촬영 첫날 찍기는 그렇지 않나. 비교적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찍다보니 그 부분이 촬영 후반으로 밀렸다. 그러다보니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손길이 많이 들어가야 하는 장면이 가장 늦게 미국 CG회사에 배달된 것이다.

◇"강두가 골뱅이를 먹는 것은 장르적 관습을 의식한 것"=강두가 병원에서 왜 골뱅이를 먹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는데, 장르와 한국적 리얼리티를 고려한 것이다. 골뱅이를 고른 것은 형태적인 의미였다. 뭔가 괴물과 유사한 형태의 먹을 것. 그런데 골뱅이보다 중요한 것은 강두가 골뱅이를 집어먹는 순간 현서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는 것이다. 영화 내러티브상 물줄기가 급격히 바뀌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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