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대통령 방문에서 그리스-터키 관계개선 문제 떠올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국빈 방문 중인 그리스에서는 터키와의 관계 개선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양국 간 갈등의 역사적 배경이 식민 지배에서 비롯됐다는 점과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에게해의 바위섬을 둘러싼 영유권 분쟁 등은 한·일관계를 연상시키기도 해 주목된다.

그리스와 터키는 전통적으로 숙적 관계로 꼽혀왔다. 그리스는 지난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약 400년간을 오스만 터키 제국에 의해 식민지배를 받은데다, 독립 후에도 키프로스 문제와 에게해 분쟁 등으로 또 다시 군사적 대치 상황으로 치닫는 등 터키와 20세기 말까지 갈등 관계를 지속해 왔던 것.

그러나 1999년 12월 그리스는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원칙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 강경 일변도의 대(對) 터키 정책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수개월 전 양국에 지진 참사가 발생했을 때 상호 간에 구조대를 파견, 지원 활동에 나섰던 게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같은 그리스의 정책 전환은 터키가 국제법을 준수하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성원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게 그리스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현지 관계자들은 전했다. 지난해에는 양국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아제르바이잔 천연가스를 터키를 경유, 그리스로 수출하는 송유관 공사 기공식도 했다.

그러나 양국 간의 관계 개선을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리스가 "터키는 정치·경제·인권 등 여러 분야에 걸쳐 EU의 기준에 부합하도록 지속적으로 개혁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본격적인 관계 개선에 앞선 전제조건으로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에게해의 영해 설정문제에 있어서는 계속 팽팽히 맞서 있다. 에게해에 있는 바위섬의 영유권을 둘러싸고도 그리스는 터키의 영유권 주장을 근거가 없다고 일축하고 있는 반면 터키는 자기들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테네에서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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