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식품업계 '추억의 마케팅' 속속 등장

추억은 언제나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기 마련이다. 인간관계 뿐 아니라 제품도 마찬가지. 이른바 '추억 마케팅'으로 사람들의 향수에 호소하는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식품 쪽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 식품들은 과거의 맛과 디자인을 그대로 살리면서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맥콜'을 기억하는가. 1980년대 중.후반 '보리 탄산수'라는 이색 컨셉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음료수다. 당시 국내 음료 시장은 콜라와 사이다로 대변되는 시대라 맥콜은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한 때는 콜라나 사이다보다 매출이 많을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갖가지 탄산음료가 나오고 유사제품도 속속 등장하면서 맥콜은 서서히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갔다. 1990년대 말에는 아예 시장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까지 이르렀다.

최근들면서 맥콜이 시장에서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2003년쯤부터다. (주)일화는 대표 브랜드라는 상징성 때문에 맥콜의 생산을 중단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다시 유통망을 넓혔다. 올해는 제품 패키지를 변화시켜 출시하고 있다. 일화 관계자는 "과거의 맛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단 맛과 칼로리를 낮추었다."고 밝혔다.

한때 '따봉'이라는 브라질어를 전 국민의 유행어로 만들었던 '델몬트 따봉 주스'도 다시 소비자를 찾고 있다. 1990년대 초반 대히트를 쳤던 따봉 주스는 무가당 프리미엄급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늘면서 1993년 생산을 중단했다. 그러다 지난해 3월부터 '델몬트 따봉 주스 오렌지 구아바'라는 과즙 함량이 15%인 저가 제품으로 변신했다.

농심라면도 부활했다. 지난 1975년 코미디언 구봉서, 곽규석 콤비가 등장해 "형님 먼저, 아우 먼저"로 유명세를 탔던 농심라면의 TV광고는 아직도 중·장년층에겐 생생하다. 당시 농심라면의 인기로 롯데공업(주)이란 회사명이 지금의 농심으로 바뀐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다 2000년 들면서 생산이 중단되었다. 지난해 11월 창립 40주년을 기념한 소비자 선호도 조사에서 농심라면이 1위를 차지하자 농심은 과거의 브랜드를 따와 '농심라면 육개장'이란 이름의 라면을 출시하게 된 것.

빙과류도 예외는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서주 아이스주'. 1980년대 초 '생우유로 만든 하드'라는 신선함 때문에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누렸던 제품이다. 그 이후 꾸준히 출시는 되었지만 과거와 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시장에서 거의 사라지는 듯 했다. 2003년 서주 아이스주는 과거의 맛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골드 아이스주'로 대변신했다.

(주)효자원 관계자는 "웰빙트렌드에 맞게 DHA와 글루칸 30 등을 첨가해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라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추억의 브랜드는 기성세대 뿐 아니라 젊은이에겐 새로움으로 다가가기 때문에 한 번씩 '추억의 먹거리' 이벤트를 하면 호응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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