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학교 이름 짓기

학교 이름들을 살펴보면, 참으로 시시하게 지은 이름들이 많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동에 있으면 '○○초등학교', △△동에 있으면 '△△중학교', □□동에 있으면 '□□고등학교'다. 동네이름 따라 막 지은 이름들 같다. 하지만 가끔씩은 잘 지었다 싶은 이름들도 있다. 거창의 '샛별초등학교'같은 이름이다. 이 학교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름값을 하는 사학 명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만 들어도 이 학교 아이들은 모두가 샛별처럼 총명하게 느껴진다면 '오버'일까?

예로부터 아기를 낳으면, 작명전문가를 찾아가서 생년월일시 등 사주를 보고 성명학이라는원칙(?)에 맞게 글자 획수까지 따져가면서 이름을 지었다. 꼭히 그렇게까지 해야 할 정도로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름 짓는 게 이렇듯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눈빛초롱초등학교' '웃는얼굴중학교' '슬기로운고등학교' …

이런 이름의 학교가 있다고 치고, 이런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상상해보자. 저절로 이름처럼, 항상 눈빛 초롱초롱하고, 여간 공부하기 싫고 힘든 일 있어도 늘 웃는얼굴로 이를 극복해 나가며, 또한 슬기롭게 성장해 나갈 것 같지 않은가. 적어도 교사의 '사랑의 매'에 엉덩이가 피범벅이 되도록 터져서 입원하고, 매를 든 교사는 곧바로 교단에서 쫒겨 나고, 학부모들은 해당교사를 폭력으로 집단 고소하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이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름 하나만으로도.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내년 3월이면 대구에 아주 독특한 학교 하나가 문을 열 예정이다.

대구 달서구에 개방형 자율 학교로 들어설 고등학교다. 교원 임용과 학생 선발, 교육과정 편성 등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해 획기적 자율성을 보장하는 이 학교는 공모 교장에게 협약을 통해 학교운영권을 위탁한다. 따라서 이 학교는 대폭적인 자율권과 책무성을 바탕으로 교육과정 운영 및 교수. 학습방법 등을 혁신적으로 운영하게 될 것이란다.

대구시교육청은 이 학교가 개방형 자율학교로 지정받기위해 발 벗고 나섰으며, 달서구청에서는 이 학교가 개방형 자율학교로 지정받을 경우 4년 동안 해마다 5억원씩 모두 20억원의 재정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이렇듯 교육청과 자치단체가 공을 잔뜩 들이고 있고, 이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 또한 대단하단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학교이름은 '대진고등학교'로 그냥 갈 모양이다. '대진'도 많은 분들이 지혜를 모아 심사숙고 끝에 지은, 깊은 뜻이 있는 이름일 수 있다. 하지만, 대구에 처음 들어서는 개방형 자율학교답게 그 설립이념에 맞는 더 좋은 이름은 없을까?

이현경 밝은사람들-홍보실닷컴 기획팀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