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 '먹다가 보니 개떡 수제비라'

'曲突徙薪'(곡돌사신:굴뚝을 굽혀 눕히고 섶나무를 옮기다).

어떤 사람이 이웃집의 굴뚝이 너무 곧추세워져 있어 굴뚝 위로 빨려 나가는 불길이 너무 세고 굴뚝 바로 곁에는 섶나무를 쟁여 놓은 것을 보고 집주인에게 조언을 했다.

"불이 날 우려가 있으니 굴뚝을 조금 눕혀 세우고 섶나뭇단은 멀리 띄워 놓으시지요."

그러나 집주인은 들은 체도 않고 내가 해 둔 방식이 맞다며 굴뚝과 섶나무를 그대로 두었다.

얼마 안 가 굴뚝이 가열되면서 섶나무에 불이 붙어 지붕이 타 버렸다.

황급히 가까운 이웃이 달려와 불길을 잡아준덕에 간신히 집채라도 건진 주인이 소 잡고 술을 빚어 불 꺼준 이웃을 초대했다.

불 끈 功(공)이 큰 사람부터 上席(상석)에 앉혔다.

화상까지 입은 윗자리의 초대손님이 넌지시 자리를 사양하며 주인에게 말했다 '오늘 상석에 앉힐 손님은 불 꺼준 사람들이 아니라 며칠 전 댁의 굴뚝을 눕혀 세우고 섶나무를 옮기라 한 사람이니 그분을 초대해 상석에 앉히시지요. 진작에 그분의 곡돌사신 충고를 들었으면 지붕도 안 타고 쓸데없이 소 잡고 술상 차리는 뒷돈도 들지 않았을 것 아니겠소.'

남의 말 안 들은 馬耳東風(마이동풍)의 어리석음을 깨친 일화다. 마이동풍, 지금의 참여정권 사람들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작통권, 사립학교법, 과거사 캐기, 바다이야기….

그렇게 하지 말고 이렇게 하는 게 더 나을 겁니다고 아무리 귀에 대고 조언하고 미리 경고해도 그야말로 마이동풍, 꿈쩍도 않고 더 고집스레 버티며 밀어붙여 왔다.

아무리 굴뚝을 눕혀야 불이 안 난다고 미리 말해 줘도 막무가내다.

우리 조상들은 세상 일을 깨우쳐 줄 때 속담이라는 지혜로운 체험적 金言(금언)으로 가르쳐왔다.

지금 이 정권의 마이동풍 체질을 자각하게 할 속담은 없을까. 세사람만 모이면 민심은 말한다. 3년 6개월 전 '밭 팔아 논 살 때는 이밥(쌀밥) 먹자고 하였지'란 기대로 믿고 찍었는데 지금은 '먹다가 보니 개떡 수제비'라는 심정이다.

비전문인의 낙하산 인사를 두고는 '말똥도 모르고 마의(馬醫)한다'는 시비가 나온다.

임기 말에 내놓은 '2030 비전'은 '목 마른 사람한테 물소리 듣고 갈증 채우라'는 격이다.

시기적으로도 늦었다. 마치 '열흘날 잔치에 열하룻날 병풍 친다'는 속담 같다. '나중 꿀 한사발보다 당장 엿 한 가락이 더 달다'는 속담처럼 25년 뒤의 꿀사발도 좋지만 오늘 당장 엿가락 하나가 더 절박한 민생고다. 한마디로 '미꾸라지 잡기도 전에 용트림부터 시키는' 꼴이다.

바다이야기도 언론 탓, 개 안 짖는 탓하는 탓에 '선무당이 마당 기울다 한다'는 속담만 떠오르게 된다.

그것뿐인가. 연일 쏟아내는 말말말…에 '말 많은 집 장 맛없다'는 속담이 나오고 대북 지원은 '한 푼짜리 푸닥거리에 두부가 오 푼'이란 실속 논란이 분탕스럽다.

재벌을 공격하는 권력 측근에겐 '물라는 쥐는 안 물고 씨암탉은 왜 무나'는 속담이 어울린다. 규제는 안 풀고 일자리만 만들라고 닦달당하는 경제계는 속으로 말한다. '가죽이 있어야 털이 나지'.

사정이 그런데도 자신들의 업적이 대단하다고 자화자찬 우긴다. '부엉이 소리도 제 듣기엔 좋다 한다'는 격이다. 마이동풍으로 버티면 민심도 겁날 것 없다고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오뉴월 바람도 불면 차갑고' '모기도 모이면 천둥소리 낸다.' 그게 민심의 힘이다.

이 정권이 가장 윗자리에 모셔 앉힐 사람들은 코드 측근들이 아니라 굴뚝을 눕혀 세우라는 언론, 보수단체, 지식층, 국가 원로, 종교계, 교육계와 힘 약한 서민들이다. 그걸 또 마이동풍 해 버리면 2030은커녕 2008에 끝난다.

김정길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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