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가 기채를 다시 시도하려면

김범일 새 시장이 취임 두 달 만에 대구시의 財政(재정) 운용 방향을 전환키로 했다고 한다. 전임 조해녕 시장은 기존 빚이 너무 많다며 갚는 데만 열중했으나, 앞으로는 새 빚을 내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내년도 당초 예산도 아니고 올 추경 예산에서부터 당장 빚을 끌어대겠다고 나서는 태도에서는 심상찮은 느낌까지 받게 될 정도이다.

빚내기가 물론 반대만 할 일은 아닐 터이다. 특히 문희갑 전 시장 때는 적극적으로 빚을 내 일을 벌이는 게 시 재정에도 오히려 得(득)이라는 판단을 보였으며, 신천대로 건설이 대표적 성공 사례로 제시됐다. 그러다 보니 이율 낮은 외국 돈 빌리기에 공을 들여 '양키 본드' 발행 때는 미국 현지 로드쇼까지 벌였었다. 그런 반면 대구 경우 이미 너무 많은 빚을 졌다고 걱정하는 목소리 또한 높다. 나흘 전 공개된 지방정부 자료를 이인영 국회의원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구시는 1인당 公債(공채) 규모가 94만 2천 원으로 전국 최고이다. 서울은 10만 8천 원이다. 원인의 45%가 지하철 건설이라지만, 이미 빚을 내 빚을 갚아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끼어들었다는 분석은 우려를 부르기 충분하다.

그렇게 엇갈리는 주장들은, 빚내기에도 장점이 있으나 여건에 맞게 해야 한다는 말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10여 년 만에 재개되는 것으로 보이는 이번 은행 빚내기의 지금 여건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주로 부동산 去來稅(거래세)에 의존하는 지방 재정력이 다시 약화되기 시작하는 시점인 반면, 그 사이 대구시 재정에서의 경직성 지출 비중은 폭증했기 때문이다. 기채 계획은 이미 시의회에 넘어가 있다. 차제에 시민들의 공감대를 충분히 넓힐 만한, 대구시의 재정 운용 방향에 대한 전면적 토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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