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면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을 떠올리게 되지만, 그 하늘에는 철새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니기도 한다. 우리나라로 날아와 월동하는 겨울 철새들이나, 월동을 위해 남쪽으로 되돌아가는 여름 철새들이 모두 가을에 대이동을 시작한다. 뜬금없이 왠 철새 얘기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내년 말 대선을 앞두고 달아오르고 있는 정치판을 지켜보고 있으면, 이와 흡사해질 것이란 우려를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선거철만 다가오면 어지러웠다. 이 당에서 저 당으로, 이 선거구에서 저 선거구로 옮겨간다. 심지어 떠났던 당이나 선거구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개개인 차원에서의 이동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집단으로 떼를 지어 움직인다. 정계개편, 정치판 판갈이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최대의 장(場)이 서게 되는 셈이다. 줄을 잘만 서면, 대선 이듬해 치러질 총선에서의 공천과 당선까지 보장받을 수 있고 정부 고위직까지 차지할 수도 있다. 뒷거래를 하며 흥정하는 장면도 어렵잖게 떠올려 볼 수 있으며 실제로 과거에는 이 과정이 들통나기까지 했다. 때문에 정치 철새들의 움직임은 더욱 어지럽고 교묘해지기 마련이다.
옮길 때마다 그럴싸한 미사여구를 동원함으로써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변신에는 소신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결국 거센 비난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선거철만 되면 왜 반복돼 왔을까?
챙길 수 있는 이문(利文)을 생각한다면 비난받는다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다고 여겼을 수 있다. 게다가 적당한 명분을 찾아 덧칠할 수도 있다.
특히, 지역주의적인 정치구도가 이를 부추겼을 것이다. 옮겨간 당의 텃밭지역에서 공천을 받게 된다면 웬만한 비난이 쏟아져도 끄덕없었기 때문이다. 설사, 상대 당의 텃밭 지역에 출마하게 된다 해도 떨어지면 다른 방식으로 이문을 챙길 수 있었다.
이밖에 개인적인 비리까지 덮을 계기가 된다면 철새라는 비난은 충분히 감내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결국, 자의적인 철새도 있지만 타의에 의해 떠밀려 가는 경우도 있을 법하다.
수도권처럼 특정 당에 대한 지지도가 가변적이라는 선거구에서도 이문을 따라 움직이는 철새들을 보기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대선에서도 그다지 다를 게 없었다. 판이 더 커지는 만큼 더욱 복잡한 셈법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는 점만 염두에 두면 된다….
우리 정치는 과거에 이렇게 해왔고 무한 경쟁의 시대라는 21세기의 초입에 들어선 요즘에도 그다지 바뀌지 않고 있다. 이제 머리를 맞대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가령, 선거 1년 전부터는 당을 옮길 수 없도록 하거나 당적을 바꾼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그 직후의 선거에서 패널티를 주도록 한다면 '위헌'이 될까?
서봉대 정치부 차장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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