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헬로우 경제)③소비와 신용

요즘 아이들은 소비에 대한 의식이 대단히 부족하다. 초등학교 인근 문구점이나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상점 주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물건을 사려다 현금이 모자라는 아이가 종종 있다고 한다. 놀라운 건 그 가운데 많은 아이들이 외상 거래를 원한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외상 거래를 원하는 아이들의 요구를 가게 주인들은 어쩔 수 없이(또는 얄팍한 상술에서) 들어 준다고 한다. 한 번 외상 거래가 시작되면 아이들은 계속해서 외상 거래를 원하고, 가게 주인은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바뀌게 된다. 외상 대금은 점점 쌓이게 마련. 주인이 적절한 시점에 일정 액수를 단위로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외상은 아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까지 늘어난다. 이를 안 아이는 어느 순간 그 가게에 발길을 끊어버리고, 주위 다른 아이들까지 그 가게에 가지 못하게 한다고 주인들은 넋두리한다.

하지만 외상 대금을 떼이는 가게 주인보다 더 피해가 큰 건 아이들 자신이다. 어릴 때부터 신용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습관이 들면 장차 어떤 일이 생길지는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이 같은 일을 막으려면 가정에서부터 소비와 신용에 대한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우선 용돈은 아이들의 유일한 소비 원천이다.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 한 달에 한 번씩 용돈을 주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잘 걷지도 못하는데 뛰라고 하는 식이다. 연령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용돈을 주는 것이 좋다.

용돈을 주는 적절한 방법도 필요하다. 첫째, 한 주에 필요한 예산을 짜서 부모와 함께 토의해 결정한다. 아이들은 소비 계획을 통해 자신의 생활을 좀 더 세심하게 돌아보고 자신의 책임감과 권리를 인식한다. 둘째, 부족한 부분은 빌려주되 다음 주의 용돈을 줄이고 빌려가 돈에 대한 이자를 반드시 갚게 한다. 대출과 이자의 개념을 확실히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아이가 소비의 주체가 되게 만들어야 한다. 일주일 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정에서 생기는 소비의 의사결정권을 주라는 것이다. 가령 주말 외식과 쇼핑을 어디서 어떻게 할지 예산을 짜고, 가격이 좀 더 저렴한 곳을 알아보고, 어떻게 하면 돈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지 고민하게 하는 식이다.

김준혁(K비전스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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