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녀를 똑똑하게)초등영어교육 다시 생각하기

▶ 초등학교 영어 교육의 실상

현재 제7차 교육과정의 적용을 받고 있는 초등학교의 영어 수업은 수준별·학생위주·음성언어 위주로 하게 되어 있다.

우선 수준별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교재가 수준별로 구성돼 있어야 하고, 학생들의 영어 능력이 정확히 진단돼야 하고, 교수방법을 교사가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등의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름뿐인 수준별 수업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의 영어교재는 체계적이지 못하고, 전문적인 영어실력 측정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교사들도 교수방법을 숙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 다음, 음성언어위주의 수업을 생각해보자. 7차 교육과정에서는 수업의 음성언어 비율을 학년별로 대략 다음과 같이 구성하고 있다. 초등 3학년은 전체 영어수업의 100%, 4학년은 80~90%, 5학년 60~70%, 6학년 30~40%. 언어 습득 이론적 측면에서 보면 말도 되지 않는 지침이다. 언어 습득은 이해기능(듣기와 읽기)과 표현기능(말하기와 쓰기) 습득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각 기능에서 읽기와 쓰기를 제외함으로서 균형 잡힌 영어 습득을 기대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끝으로, 학생 위주의 수업이 이루어지려면 학생들의 수준을 명확히 파악해 교과내용을 재구성하고, 합당한 과제를 부여해야 한다. 교사는 조력자의 역할로 충분하다. 그런데 실제 수업을 참관해보면 거의 대부분 교사가 직접 내용을 가르치는 교사 중심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사교육의 위험성

결론적으로 7차 교육과정 하의 초등학교 영어교육은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실패한 교육은 사교육 시장의 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성장시키는데 일조를 했다. 하지만 사교육이 담당하고 있는 영어교육도 그렇게 추천할 만한 것은 아니다.

그 이유로는 첫째, 사교육 특히 영세한 학원의 비전문성을 들 수 있다. 외국어 교육에 대한 전문적 훈련을 한 번도 받아 보지 않은 강사들이 부지기수이며, 이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영어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교육프로그램 혹은 교과내용도 과학적으로 구성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둘째, 사교육의 최대목적인 이러한 이윤 추구를 위하여 비교육적인 행위를 스스럼없이 한다. 가령, 잘못된 영어학습법을 마치 기적의 학습법인 양 선전하여 학생과 학부모를 현혹시킨다. 또 학생들의 영어공부를 시험 혹은 경시대회 입상을 위한 방식으로 몰고 가서, 결국 잘못된 영어학습법에 빠지게 한다.

▶ 영어마을

다음으로 영어마을에 대하여 논의해 보자. 경기영어마을을 필두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영어마을을 만들고 있다. 문제는 얼마나 효과적이냐다.

영어마을을 교육적인 측면에서 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첫째, 상황중심(situation-based) 영어교육을 지향한다. 즉, 영어 사용국의 상황과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영어로 의사소통하는지를 배우게 된다. 둘째, 과업중심(tasked-based) 영어교육을 염두에 두고 있다. 입국 수속, 은행 예·출금, 도서관 책 대출 등 소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셋째, 입촌하는 순간부터 모든 의사소통은 영어로만 이루어져 몰입식 영어교육 (immersion English education)이 가능하다.

하지만 영어마을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이고 도움이 되는 영어교육 프로그램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 필자는 매우 회의적이다. 몰입식 교육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교육 기간이 너무 짧고, 경비도 만만찮으며, 학생들끼리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는 문제점은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다.

▶방과후수업

다음은 방과 후 영어수업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부족한 영어 수업의 시수를 보충한다는 점에서 매우 다행한 일이지만 이 또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방과후수업에 대한 아무런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수업내용, 강사 자격 및 자질 등에 대하여 아무런 세부 규정이 없이 학교장의 결정에만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강사들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단순 교사자격증만 소지한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수업내용도 정확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사들이 무작정 가르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강사들의 계약과 임금 체계도 불합리하다.

▶해결책

우선 초등학교 영어교육에서 수준별 수업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게 정부는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영어 교과서는 정부 차원에서 최고의 집필진을 구성해 다년간 연구·집필·출판해야 한다. 또 언어의 4가지 기능을 고루 함양할 수 있는 균형 잡힌 교육으로 한시 바삐 전환해야 한다. 주당 2시간에 불과한 영어수업 시수를 최소 5시간 정도로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수준별 수업을 진행할 능력이 있는 영어전담 교사를 양성, 배치해야 한다.

사교육이 담당하고 있는 초등영어교육의 문제점은 공교육의 내실을 기할 때 해결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방과후수업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사설 학원 강사의 자격 기준을 강화하고 수업 내용에 대해서도 교육청이 감독과 지도를 해야 한다.

영어마을의 경우 지자체들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 영어마을을 만드는 대신 이와 유사한 체험을 가상적으로 할 수 있는 사이버 상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면 될 것이다. 온라인상에서의 영어마을 프로그램은 실제 영어마을을 조성하는 비용의 1/100 정도로도 가능하며, 실제 영어마을 프로그램의 짧은 교육 기간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방과후수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강사 자격과 수업 내용 등의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학교들이 이를 지키는지 철저히 감시 감독해야 한다. 또 비영리 교육기관만 방과후수업을 할 수 있다는 빗장을 과감히 걷어치워야 한다. 교육청이 정한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설교육기관을 대상으로 참여 신청서를 제출받아 가장 적격한 업체를 지정하여 맡기면 될 것이다.

이예식(경북대 영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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