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호주 '악어사냥꾼' 죽음에 애도와 충격

'악어 사냥꾼'으로 널리 알려진 호주의 야생 동물 보호론자이자 환경 운동가인 스티브 어윈(44)이 4일 바다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다 가오리에 찔려 숨지는 사고를 당하자 전 세계 팬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 1992년부터 케이블 텔레비전 채널 '애니멀 플래닛'을 통해 방송된 '악어 사냥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커다란 뱀을 맨 손으로 잡거나 악어와 뒤엉켜 뒹굴며 전 세계 시청자들을 조마조하하게 했던 어윈이 가오리 가시에 찔려 숨졌다는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퀸즐랜드주 바다에서 '바다에서 가장 무서운 것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그가 이날 오전 11시쯤 맹독을 지닌 노랑 가오리의 꼬리 가시에 찔려 숨졌다는 소식은 호주와 뉴질랜드 언론은 물론이고 CNN, 스카이 뉴스, 영국 BBC 등 세계 주요 뉴스 채널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세계 주요 통신들도 모두 카키색 반바지와 가죽 부츠가 트레이드마크가 돼 버린 어윈의 사망 소식을 전 세계에 주요 뉴스로 긴급 타전했다.

태즈메이니아주에서 딸 빈디(8), 아들 봅(2)을 데리고 트레킹을 하며 휴가를 즐기고 있던 미국인 부인 테리는 남편의 사망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현장으로 달려갔고 호주인들은 대부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호주인은 텔레비전을 볼 때마다 어윈이 저러다 악어나 독사에게 물리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바다에서 가오리에게 찔려 숨졌다는 것은 너무나 뜻밖이라며 그러나 그의 죽음은 그가 살아왔던 삶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호주를 방문했을 때 그를 위한 바비큐 파티에도 초청할 만큼 가까운 친구사이가 된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어윈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그는 진실한 친구였으며 수많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호주에서 보다 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지의 수많은 팬들도 어윈이 일하던 퀸즐랜드주 호주 동물원으로 전문을 보내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에 충격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며 애도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충격을 받은 건 '크록 원'이라는 배를 함께 타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어윈의 친구 벤 크롭이었다.

크롭은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있었기 어윈의 사고 장면을 모두 텔레비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면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크롭은 어윈이 얕은 물에서 2.5m 크기의 노랑 가오리와 2m 정도 거리를 두고 나란히 헤엄을 치고 있었고 그 앞에서는 제작팀이 헤엄을 치면서 촬영하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좀처럼 먼저 공격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가오리가 갑자기 어윈을 향해 돌아서더니 긴 칼처럼 날카로운 꼬리 가시로 어윈을 찔렀다고 설명했다.

왼쪽 가슴 심장 부위를 거의 관통할 정도의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사고 직후 촬영팀은 어윈을 배위로 끌어올린 뒤 곧바로 응급 헬기를 불렀으나 의료진이 도착했을 때 어윈은 이미 숨져 있었다.

가오리의 맹독이나 가시에 찔린 뒤 일어난 심장마비, 과다 출혈 가운데 하나가 원인이거나 아니면 세 가지 모두가 복합적으로 작용, 어윈의 목숨을 앗아갔을 것으로 의료진은 보고 있다.

호주의 동물학대 방지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말이 아닌 실천으로 야생 동물 보호운동을 펼친 어윈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노아'라면서 "야생동물들은 오늘 진정한 그들의 챔피언을 잃었다"고 애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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