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스스로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맞벌이를 이유로 아직 말도 떼지 못한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는 것이나 빡빡한 학원 생활에 치여 점수 기계로 자라는 것 모두 마뜩찮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되는 '공동육아'는 혼자 힘으로 엄두를 내기 어렵지만 여러 가족이 힘을 보태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대구 수성구 '씩씩한 어린이 집'은 1995년 8월 문을 열었다. '아이는 함께 커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한 5가구의 부모들이 힘을 합친 것이다. 씩씩한 어린이집은 11년만인 올해 41가구, 53명의 아이들이 함께 뛰놀고 배우는 배움터로 성장했다.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4년 전 시지 천을산 아래 모래밭 마당을 가진 2층집을 신축해 옮겼다.
이사장(순환제)인 송위식(38) 씨는 "공교육과 사교육 양쪽에 아쉬움을 가진 부모들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송 씨 역시 딸 도영(9.초교3년)이와 아들 성국(5)이를 이곳에서 키우고 있다.
씩씩한 어린이집이 사설 어린이집과 가장 다른 점은 부모들이 어린이집 운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이다. 1994년 12월 6명의 부모들이 '대구지역공동육아협동조합' 추진위를 결성하고 출자해 8개월만에 어린이집을 지었다. 부모들은 모두 조합원이다. 보육교사도 부모들이 고용한다.
"60~70년대만 해도 이웃과 서로 맡아가며 아이를 키웠잖아요. 아이들은 골목에 나가 마음껏 뛰어놀기도 했고. 요즘은 아파트 세대가 늘다보니 이런 육아가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송 씨는 서울만 해도 이런 공동육아 모임이 70~80곳 된다고 했다. 공동육아 어린이 집은 2004년 영유아 보육법 개정 이후 민간 보육시설에서 '부모 협동 보육시설'로 정식 등록됐다.
씩씩한 어린이 집에는 만 2세 아동부터 들어갈 수 있다.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연다. 이곳에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 대부분은 맞벌이. 교사, 자영업 종사자, 공무원 등 직업군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런 아이로 커줬으면...' 하는 바람은 비슷하다.
"일부러 한글이나 숫자 교육은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건물 안에 가둬놓지 않고 들과 산에서 뛰어놀도록 하지요."
이곳 아이들은 같이 책 읽기, 동화구연 듣기, 나들이 가기, 전통놀이 하기 등으로 몸과 마음을 살찌운다. 인근 월드컵 경기장이나 욱수골, 천을산은 좋은 학습장소다. 야외 수업을 갈 때면 부모들이 보육교사와 동행한다. 골목 바닥에 분필로 그림을 그려놓고 비석치기도 하고 고무줄 놀이도 한다. 유기농 음식은 단골 급식 메뉴다.
송 씨는 "최소한 열 살까지는 지식보다 감성을 풍부하게 하는 교육이 주가 돼야 한다고 본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곤충이나 식물을 관찰하고 흙장난을 하는 것도 좋은 수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공동으로 책임지려면 부모들이 먼저 마음을 일치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이제는 어린이집이 삭막한 도시공간에서 어엿한 지역 공동체, 사랑방 구실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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