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파트들도 최근 들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건설회사들이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며 색다른 디자인과 옥상 조형물, 다양한 외벽 도장 등 이른바 '튀는 아파트'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대시설 또한 '원스톱 라이프'가 가능하도록 특화해 정원과 피트니스센터, 수영장까지 갖춘 아파트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건축법이 강화되면서 환기 시스템이 도입되고 실내 층고가 높아지는 등 주거환경의 수준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도심 고층 아파트들은 외국에 비해 친환경 주거 공간으로서 부족한 면이 많다. 도시 미관을 해치는 동 배치와 주변 건물과 부조화를 이루는 외관, 콘크리트와 철근이라는 기본 자재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탓이다.
싱가포르 도심에서 승용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창이 라이즈 아파트. 지난 2004년 완공된 598가구 규모의 창이 단지에 들어서면 순간 '착각'에 빠지게 된다. 잘 꾸며진 고급 리조트에 온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단지에서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백사장이 깔린 야외 수영장. 어린이 놀이터를 겸한 수영장 뒤편으로는 시원스런 창문으로 건물 외벽 대부분이 마감된 10층 높이의 아파트 동들이 보기 좋게 늘어서 있고 건물 사이는 다양한 수목으로 채워져 있다.
쌍용건설이 시공을 맡은 창이 단지는 잘 꾸며진 조경뿐 아니라 지난해 '싱가포르 건설대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대표적인 친환경 건축물로 꼽히고 있다.
쌍용건설 현지법인 시공팀의 호치인 씨는 "무더운 싱가포르 기후 특성상 수영장을 비롯해 단지 내 실개천 등 수변 공원을 많이 조성했다."며 "2004년부터 싱가포르 정부에서 시행한 그린마크 제도(친환경 등급제)의 규정을 대부분 지킨 주거용 빌딩"이라고 밝혔다.
콘크리트 구조물로 된 외관은 한국 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단지 설명을 들으며 내부를 들여다보면 한 차원 높은 주거단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일단 아파트 내벽 구조체부터 다르다. 창이 아파트 실내 내벽은 얼핏 보면 일반 콘크리트 벽면과 차이가 없지만 콘크리트와 짚을 혼합한 '경량 콘크리트'로 시공했다. 호치인 씨는 "독일에서 개발된 짚과 콘크리트를 혼합한 경량 콘크리트는 천연 자재 중 가장 뛰어난 단열성과 방음, 방습 기능을 가진 짚과 시공이 편리한 콘크리트의 장점을 결합한 신소재"라며 "공장에서 패널 형태로 만들어진 벽면을 붙이는 탓에 거푸집 시공보다 공사비는 10% 정도 비싸지만 입주 후 주거 만족도는 월등히 높다."고 설명했다.
실내 층고 또한 한국 아파트보다 20~30㎝는 더 높게 시공된다. 싱가포르 주거용 빌딩의 기본 층고는 280~300㎝로 한국 아파트보다 20~30㎝가 더 높아 실내 개방감은 물론 환기와 채광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또 엘리베이터 지하 공간에 만들어진 빗물 저장고를 이용한 빗물 재활용 시스템과 태양광을 이용한 발전 시스템, 자연 채광이 가능토록 설계된 지하 주차장 등 도심 내에 지어진 고밀도 아파트지만 개성 있는 친환경 주거 건물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한편 싱가포르 정부에서는 친환경 건축물을 장려하기 위해 2004년부터 그린마크제를 도입해 건물 시공시 에너지 및 토지의 효율적인 사용과 수자원 재활용, 실내 주거환경의 질, 혁신적인 설계 등 5개 분야에 대한 심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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