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투고]팔공산 표지판 없어 외지인 길잃어

큰 산을 혼자 올라간 것이 잘못이었다. 대구에서 볼일을 끝내고 동화사를 거쳐 부도암·염불암·동봉·서봉 파계사로 내려오는 산행을 가졌다. 지도 한 장을 들고 올라가 본 팔공산은 산세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이 어느 산 못지 않았다.

특히 구석구석 흩어져 있는 문화 유물을 만날 수 있는 값진 기회였다. 그러나 문제는 염불암에서 동봉까지 가는데 초입의 안내판 이외에는 한 곳도 안내판이 없었고, 평지가 아닌 바위를 오르내리며 갖게 되는 알지 못하는 공포는 산행을 더욱 어렵게 했다.

평일이라 산행하는 사람도 없었다. 동봉에 도착해서 서봉까지 가는 데에도 표지의 애매함이 비로봉 밑에 가서 헤매게 했다. '정상산행' 표지판에 번호를 붙여 진행을 도와주었으나 96에서 102표지 사이는 찾을 수 없었다.

서봉을 보고 파계재로 향하던 도중 118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나 그 이후는 표지판을 찾지 못해 추측해서 진행하다 길을 잃어버렸다. 산속을 몇 시간 헤매다가 임도를 발견하고 도착한 곳이 군위군 부계면 동산리(산내리 부락). 그동안의 긴장을 풀고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특별한 경우까지 모두 고려한 안내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경우의 이용자라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안내시스템의 재점검이 있었으면 한다. 차제에 한 가지 더 건의하는 것은 대구 유형문화재 3호로 명기된 '마애약사여래불'을 훼손도 방지하고 여러 사람이 감상할 수 있도록 박물관 내로 이전 설치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금동창(서울 서초구 방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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