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마른 꽃

마른 꽃

성 명 희

마르기 시작했다

그도 좋았다

아름다울 수만 있다면

슬픔의 의미도 지우고

뿌리 잃은 갈증도 버리고

젊은 꽃으로 피려고

가시도 버렸다

굶주린 배도 내색 않고

거꾸로 매달려도

아름다울 수만 있다면

눈 뜨고 죽어도

붉은 빛으로 남아 있고 싶다

꽃이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서는 바짝 말라야겠지요. 그 길밖에 없겠지요. '슬픔의 의미도 지우고/ 뿌리 잃은 갈증도 버려'야겠지요. 끝내는 '나'를 지키던 '가시도 버릴' 때 제대로 마를 수 있겠지요. 그렇게 '눈 뜨고 죽어도/ 붉은 빛으로 남'는 것이, '꽃'에게는 의미 있을지 모릅니다.

'꽃'에게는 '외형적 아름다움' 그 자체가 최고 가치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꽃'이 아닌 '인간'이기에 버릴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지요. 그런데 이 시대의 우리는 감각적이고 외형적인 삶을 위해 차마 버릴 수 없는 그 '무엇'을 쉽게 버리고 있지나 않은지. 그래서 스스로 '마른 꽃'이 되어 '거꾸로 매달려'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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