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이정환 作 '애틋한 것을'

애틋한 것을

이정환

1

애틋한 것을 일러

그렇게 부르는 걸까

뒷모습 아침 이슬

저 하늘의 무지개

시방도 애틋한 정분(情分)

꽃망울로

맺히는 것을

2

만나고 싶다고

감히 전하지 못함이

세상에서 제일로

뼈에 저린 일이어라

어쩌면 그래서일까

늘 스치는

저 바람은

사라지는 것은 우리를 애틋하게 한다. '뒷모습 아침 이슬' 혹은 '저 하늘의 무지개'처럼 그렇게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것들이 애틋함을 남긴다. 그러나 진정으로 애틋하게 하는 것은 사라져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꽃망울로 맺혀' 가슴 속에 '정분(情分)'처럼 맺혀 오랫동안 남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나고 싶다고/ 감히 전하지 못'한 채 떠나보낸 바람 같은 인연이야말로 참으로 '애틋한 것'이 아니겠는가. '세상에서 제일로 뼈에 저린 일'이다.

따지면 그 인연이 어느 특정인에게만 한하겠는가. 살면서 맺는 인연이 '스치는 저 바람' 같을진대 모든 인연이 다 애틋하지 않는가.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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