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늬만 아울렛?' 신상품이라고 제값 받아

얼마 전 아울렛 매장에 쇼핑을 갔던 주부 강모(35) 씨는 기분이 상했다. 일찌감치 가을 옷을 한 벌 장만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쇼핑에 나섰지만 결국 사지도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평소 눈여겨 두었던 브랜드를 찾아간 강씨는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른 뒤 가격을 물었다. 당연히 절반 가격정도 할인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돌아온 답은 "그 제품은 신상품이기 때문에 할인이 안된다."는 것. 이후 두어번 더 옷을 골랐지만 답은 같았다. 기분이 상한 강씨는 "아울렛이라면서 왜 신상품만 취급하느냐"고 매장 직원에게 항의했다. 하지만 매장 직원은 "다양한 제품을 갖추기 위해 어쩔 수 없다. 이월 상품은 저쪽에 있으니 거기서 골라보라."고 답했다.

여름 휴가를 앞두고 샌들을 사기 위해 아울렛에 갔던 회사원 이모(37) 씨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 스포츠매장을 돌아다니며 디자인이며 가격대가 적당한 샌들을 골랐지만 사이즈가 없었다. "할인매장이라서 제품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직원의 말을 믿고, 하는 수 없이 디자인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지만 사이즈가 맞는 샌들을 골랐다. 하지만 계산대 직원의 말은 달랐다. "신상품이라서 30%만 할인된다."는 것. 발품을 판 것이 아까워 결국 사기는 했지만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튿날 백화점을 찾아간 이씨는 똑같은 스포츠 브랜드가 여름 샌들을 30% 할인 판매하는 것을 알고 분통을 터뜨렸다. 디자인이며 사이즈도 훨씬 많았다.

'365일 할인가에 판매'라는 아울렛의 광고만 믿고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70~80% 할인 팻말만 보고 불쑥 매장에 들어섰다가는 얼굴 붉히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것. 이월상품은 매장 한 켠에 조그맣게 자리잡고 있을 뿐 입구나 눈에 띄는 코너에 진열된 제품은 상당수가 신상품이다. 그래도 아울렛이니 백화점보다는 훨씬 저렴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가는 오산이다. 백화점이나 아울렛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별로 제품 가격을 정해두기 때문에 일단 아울렛에 신상품이 등장한 시점이면 백화점도 비슷한 할인율을 적용해 준다. 결국 이월이 아닌 경우 가격 차이가 크게 없다는 뜻이다.

특히 스트리트형 아울렛의 경우, 거리 중간중간에 끼여있는 정상가 매장에 불쑥 들어갔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적잖다. 대학생 유모(23)씨는 "비교적 중가형 브랜드인데다 할인까지 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옷을 살 수 있겠다 싶어 매장에 들어갔다가 뒤늦게 정상가 매장인 것을 알게 됐다."며 "그냥 돌아나오려니 돈이 없다고 무시할까봐 결국 울며겨자먹기로 한 벌 사고 말았다."고 했다.

또 스트리트 아울렛을 찾은 한 남자 고객은 "매장마다 입구에 아울렛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붙이든가 아니면 정상가 매장임을 알려야 한다."며 "매번 문을 열고 들어가서 '여기 아울렛 매장 맞아요?'라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아울렛측도 할 말은 많다. 대구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아울렛이 과포화상태에 이르다보니 이월상품만으로는 매장을 꾸밀 수가 없다는 것. 아울러 백화점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전략적으로 신상품을 진열하기도 한다.

지역의 아울렛 한 관계자는 "아울렛에 따라 적게는 8대 2, 많게는 5대 5 정도로 할인매장과 정상가 매장을 꾸미게 된다."며 "정상가 매장이라도 대부분 중저가형 실속 브랜드이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가격부담이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들어서 일부 브랜드의 경우, 백화점에 신상품이 진열되는 시기와 아울렛에 넘어오는 시기가 불과 수개월 이내로 좁혀졌다."며 "특히 이런 경우, 전년도 이월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 할인폭은 예상보다 훨씬 적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B아울렛 관계자는 "상설 할인매장을 겨냥한 중저가 브랜드가 새로 생기면서 전국적으로 대부분 아울렛들이 일정 부분 정상가 매장을 입점시키고 있다."며 "고객 혼란을 막기 위해 매장 입구에 상설점 여부를 알리는 표지판을 내거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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