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저녁 시간. 30~50대 십여 명이 모여 차를 마신다. 대구에서 보이차(普■茶:푸얼차)를 마시는 모임 가운데 하나인 '보이사랑' 멤버들이다. 비슷한 시간 '운보회'도 퇴근 후에 서로 만나 보이차를 마시며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유치원 교사들로 구성된 보이차 동호회 '프렌즈'도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보이차 열풍이 지역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보이차 전문점이 대구 중구, 수성구에 각각 생겨났나 하면 웬만한 찻집에서도 보이차를 다 갖추고 있다. 보이차를 즐기는 사람끼리 만드는 동호회도 점차 늘고 있으며, 보이차를 선물로 주고 받거나 중국 여행에서 보이차 한 개쯤 안 사오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 보이차를 즐기는 사람들
"여행사를 찾는 손님들에게 커피를 대접하다가 보이차로 바꾸었더니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웰빙 시대를 맞아 고객들의 건강을 챙겨준다는 이미지가 여행사에 대한 신뢰도를 한결 더 높여주는 것 같더군요."
대구 수성구에서 여행사를 경영하는 최정화 씨는 접대 음료를 보이차로 바꾸고 나서 여행사를 찾는 손님들과 한결 더 마음이 통하는 걸 느낀다. 보이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고객의 니즈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게 되고 그만큼 더 고객감동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보이차로 바꾼 지는 벌써 3년째이다.
"보이차를 마시고부터는 커피 생각이 나지 않아요. 보이차를 끓여와서 하루에 큰 페트 병으로 2개는 마셔요. 몸이 덜 피곤하고, 정신이 맑아지는 걸 느껴요." 앞산에서 가구점을 하는 이미자 씨도 보이차 마니아다. "보이차는 아무리 많이 마셔도 속에 부담이 없어요. 중국에서는 딸을 놓으면 보이차를 묻어둔다고 그러잖아요. 딸이 자랄 동안 숙성시켜서 시집갈 때 혼수로 주는 거요. 보이차는 제대로 보관해서 오래 묵힐수록 색, 맛, 향이 좋아져요."
대구수성구테니스연합회 손기도 고문은 보이차 모임인 '보이사랑'의 대표이다. "희한해요. 보이차를 마시면서 술을 마시면 술에 취하지를 않아요." 손 씨는 "서태후나 양귀비가 보이차에 목욕을 했으며, 제갈 공명이 보이차로 군사들을 치유해주었고, 보이차로 자주 씻으면 눈이 밝아진다."고 전한다.
◆ 왜 보이차인가
보이차는 중국 윈난성(雲南省) 일대의 대엽종 차엽을 후발효시켜 만든 차이다. 보이차는 제조기법상 생차(生茶)와 숙차(熟茶), 형태상 병차(두꺼운 빈대떡 모양) 산차(덩어리를 짓지 않은 잎차의 형태) 전차(벽돌 모양) 타차(엎어놓은 사발 모양) 방차(사각형) 등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보이차 모양인 병차의 경우 보관을 위해 포장을 할 때 일곱 덩어리를 하나로 묶는다고 해서 칠자(七子)병차라고 부르기도 한다.
흑차에 속하는 보이차의 효능은 여러가지이나 함유된 성분 가운데 카테킨이 지방 분해 효소를 강화시켜주기 때문에 다이어트 효과가 있으며, 비타민보다 40배 내지 100배나 강한 항산화효소이며 피를 맑게 하는 폴리페놀을 함유하고 있어서 노화방지에 뛰어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밖에도 음식을 소화시키고 기를 다스린다(진남견문록)거나 담을 풀어주고 술을 깨게하는데 이만한 것이 없다('본초강목습유')고 되어 있으며, 중국 쿤밍의대의 실험에서는 고혈압 심장병 관상동맥수치를 저하시켰다고 밝히기도 했다.
◆ 열풍만큼 많이 속는다
요즘 웬만한 사람치고 보이차 마시지 않는 사람이 없고, 중국 여행길에 하나쯤 사오지 않는 관광객이 없을 정도인 보이차는 그만큼 속기도 쉽다. 과거 중국에서 웅담을 사오면 백발백중 속는 현상이 요새 보이차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 사오면 80~90% 이상 속는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일부 보이차 열풍을 틈타, 제대로 미생물발효법을 쓰지 않고 카바이트나 약품으로 강제 숙성시킨 위험한 보이차도 나돌고 있다. 이런 보이차를 마시면 목과 입안을 톡쏘며, 역한 냄새가 난다. 즉시 음용을 중단해야 한다. 구입할 때는 중국이나 대만 등지에서 사지 말고, 국내에서 정식으로 수입된 정상품을 골라야한다. 식약청의 중금속과 농약잔류검사를 거친 것이어야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보이차는 웬만한 것이라도 값이 꽤 나가므로, 한번에 덜컥 살 것이 아니라 여러 군데 판매점을 둘러보고, 시음하면서 맛을 비교해 본 뒤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속지 않으려면 보이차 모임에 관계하면서 동호인들의 조언을 구하며 서서히 빠져드는 방법도 권할 만하다. 초보자는 대개 7만 원 내외(2달 음용 가능)짜리가 적당하다. 차를 우려내고 난 뒤의 차잎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 마시는 법과 보관법
일반적으로 녹차를 우려 마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좋은 물을 섭씨 100도로 끓인 후 적당량의 보이차를 차호(차 우려내는 주전자)에 넣고 부어 약 20초 정도 지난 후 버린다. 차를 씻는 목적과 뭉쳐진 보이차를 푸는 목적이다. 다시 차호에 물을 부어 홍차색 정도로 우려 마신다. 우리는 시간이 길수록 진하게 나오므로 적당히 시간을 조절한다. 계속 같은 방법으로 반복하여 찻물이 싱거워질 때까지 우려 마신다.
직장 등지에서는 주전자나 전기포트 표일배 커피메이커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차호나 주전자 등을 이용하여 물을 끓인 다음 거름망에 넣은 보이차를 한두 번 씻어내고, 용기에 넣어 우려내면 된다. 보이차는 온성이라 차게 마셔도 몸을 차게 하지는 않아서 여성, 어린이, 노인에게 특히 좋다. 보이차는 정상품일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그 맛이 순하고 부드러워지며, 단맛이 진해지고 향이 깊어진다.
주의할 것은 비닐에 싸거나 냉장고 락앤락 등 밀폐된 곳에 보관하면 자연발효가 되지 않고, 부패할 수 있으니 우리 전통 항아리나 그늘진 곳 서재 거실 등에 보관하는 게 좋다. 김치와 가까이 두면 김치냄새가 화장품과 가까이 있으면 화장품 냄새가 밴다. 보통 생차 보이차는 100년, 숙차 보이차는 25년간 발효가 진행돼, 할아버지대에 만들어서 손자가 먹는다고 할 정도로 오래될수록 가치를 지닌다.
◆차마고도와 지유명차
현재 대구에는 보이차 인구가 늘어나면서 전문점, 취급점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찻집에서 보이차를 제공하고 있으며, 대구 수성구 중동 차마고도(www.chamagodo.co.kr), 중구 삼덕동 지유명차 대구차예관이 대표적인 보이차 전문점이다.
보이차의 수송길을 뜻하는 이름의 전문점인 차마고도(대표 양명희)는 2005년 8월에 생겨났다. 중국 6대 차산의 한국 대리점인 차마고도는 한정판 북경올림픽기념차를 포함한 다양한 보이차를 갖추고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다. 자사차호 자사항아리 등도 갖추고 있으며, 보이차 관련 모임장소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보이차를 구입하면 무료로 맡겨두고, 언제든지 이곳에 와서 마실 수도 있다.
보이차가 땅에서 나는 젖임을 뜻하는 지유명차 대구차예관 역시 지난해 9월에 생겨났다. 경북대병원 응급실 건너편에 위치하여 접근성이 좋아 보이차모임이 자주 열리며 보이차의 맛을 가장 잘 우려낼 수 있는 자산차호를 많이 구비하고 있다. 출판사를 그만두고 보이차 전문점에 뛰어든 이강희 씨가 종일 가게를 지키며 보이차 마니아들을 맞고 있다.
최미화 편집위원 magohalmi@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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